세계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58)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극단적인 소득재분배와 사회보장제도 확충 정책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배로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우수한 인적자원와 함께 올바른 정책으로 지난 40년간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뤘다"면서 "최근 경제정책의 방향을 변경하려는조짐이 있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배로 교수는 "격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고 절대빈곤을 퇴치한 한국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때 소득분포가 불균형상태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극단적인 소득재분배와 사회보장제도 확충 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는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한국이 따라배울 상대가 아니다"며 "스웨덴처럼 부유한 국가가 아니라면 사회보장제도를 감당하지못해 발목을 잡히고 남미처럼 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로 교수는 또 "지나치게 강한 노조도 걱정스럽지만 한국 경제에 있어 특히 걱정스러운 요소는 남북한 관계"라면서 "통일 이후 북한에 대한 막대한 현금 지원과그로 인한 남한의 조세 부담은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로 교수는 "97년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이 채택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투명성 강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한국 정부가 극단적으로 반시장주의 정책을 펼친다면 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초빙 교수자격으로 9차례에 걸쳐 경제성장론을 강의하는 배로 교수는 국가의 경제성장에서 경제적인 요인뿐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상태 등 정치 체제, 시장개방의 정도, 분배 문제 등 정치사회적인 요인까지 감안한 실증적인 연구를 펼쳐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배로 교수는 체류기간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만나 한국 경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삼성전자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