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에서 실적부진으로 해고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조사보고서를 인용, 11일 보도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부즈 앨런 해밀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천500개 주요 상장기업에서 지난해 교체된 최고경영자 가운데 39%가 해고된 것으로 나타나 전년도의 25%를 훨씬 상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해고된 최고경영자들은 자발적으로 사임한 최고경영자들에 비해 재임기간 주가상승률이 6%포인트 낮았던 것으로 나타나 실적부진이 해고의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해고자와 자의적 사임자의 주가상승률 격차는 전년도의 11.9%포인트와 지난 2000년의 13.5%포인트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최고 경영자들의 실적부진에 대한 주주와 이사진들의 인내심이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 대상 기업의 10.1%가 지난해 최고경영자를 교체했으며 전체의 3.9%는 비자발적으로 해고됐다고 밝혀 지난해 2.3%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가장 심각해 지난 2001년에는 최고경영자 해고가 단한건도 없었으나 지난해에는 전체의 4.9%에 이르렀다. 또 일본에서도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3%가 최고경영자를 해고해 전년도의 0.3%에 비해 비율이 크게 상승했으며 유럽과 북미지역도 각각 3.7%와 4.2%로 전년도의 3.6%와 2.7%에 비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즈 앨런의 데이비드 뉴커크 영국지사 부사장은 "대공황 이후 기업경영자들은 보이지 않는 감시와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고경영자의 신비감과 정실 자본주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