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큼 수출이 다양한 변수 탓에 애를 먹고 있는 해가 과거에도 있었을까. 유가가 3월 한때 90년 페르시아만 사태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는가 하면 이라크전이 터졌고 4월부터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홍역을 앓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초긴장 상태다. 또 4월에는 한국산 D램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이 있었다. 수출전선에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인 변수를 꼽으라면 유가와 환율, 경기, 노사문제 등이 있지만 올해는 달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돌발변수가 등장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수출을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에는 일이 생길 때마다 대책반 간판을 내걸고 있다. 물론 작년에도 환율과 노사문제가 있었고 10월에는 미국 서부항만 노조의 파업으로 미국 서부지역으로 가는 수출이 여러움을 겪기도 했지만 올해처럼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변수가 불거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올해 변수 가운데 이라크전은 조기 종전으로 수출에 큰 영향 없이 마무리됐다. 또 이라크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유가도 3월 중순 이후 하향 안정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는 에너지수입액을 증가시키면서 무역수지가 1-3월에 내리 적자를 내는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사스는 4월에는 해외전시회나 시장개척단활동 등 해외마케팅에 직격탄을 날린데 이어 5월부터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램 문제는 지난해 3월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 중국 등으로 도미노처럼 번져나간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대부분 철강 수출국으로 대상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제품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D램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수출품이기에 상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와 업계가 뒤늦게나마 해결에 나선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수출입 제품의 발을 묶어 버리는 엄청난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을 해마다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