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개정,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키로 하면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에스크로(Escrow)제도란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고 대금을 결제하면 제3의 기관이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건이 소비자에게 전달된 후 판매업체에 넘기는 구매대금예치제. 공정위는 인터넷몰 하프플라자 사건으로 4백70억원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이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전자상거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필요 이상의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방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에스크로 도입 △전자상거래 공제조합 설립 △소비자피해보상보험 신설 등 세가지 소비자 보호 방안을 내놓았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TV홈쇼핑 및 인터넷쇼핑몰 업체들이 이 세 방안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 사정에 따라 한 가지를 선택해 시행토록 의무화할 예정"이라며 "세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한 업체는 TV 화면이나 홈페이지에 이를 알리는 마크를 붙이도록 해 소비자들이 판단 기준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업계 반대 이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에스크로 제도의 경우 수수료가 판매금액의 1.0∼1.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넷몰 업계 관계자는 "올 1·4분기 결산 결과 영업이익률이 대부분 4%를 밑돌았는데 여기서 1.0∼1.5%를 떼내라고 하면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TV홈쇼핑 업계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우편물 발송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을 접수한 뒤 고객에게 접수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데 주 고객인 주부들이 e메일을 그다지 이용하지 않는 탓에 우편물을 보내야 한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TV홈쇼핑 업계의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하프플라자 사건과 같은 불상사 때문에 정당한 사업자까지 새로운 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스크로에 대한 견해차 한국통신판매협의회 김윤태 사무국장은 "에스크로 제도가 시행되면 업계의 부담이 연간 4천7백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에스크로 수수료만 1천2백90억원에 달하고 대금을 현재보다 평균 10일 이상 늦게 받게 돼 이자 수입이 줄며 우편물 발송 등을 위해 업체당 평균 0.5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 공정위측은 에스크로 제도의 경우 온라인 입금 결제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김성만 공정위 전자거래보호과장은 "소비자 보호장치가 갖춰져 있는 신용카드 할부거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신용카드 일시불 결제도 카드업체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 보호방안을 갖추면 제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규제 대상을 신용이 부족한 업체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통판협 김윤태 사무국장은 "전자상거래 사업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 등의 보호방안을 갖추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