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입 화물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만이 마비되면서 수출업체들이 초비상 상황에 빠졌다. 당장 포스코에 이어 두번째 타깃이 된 삼성전자는 화물연대 경인지부의 운임인상 요구와 부산지부의 위협시위라는 '협공'에 빠지게 됐다. 화물연대의 시위대상이 철강재라는 내수품목에서 수출용 컨테이너 화물로 바뀌면서 제조업체들의 재고관리와 생산일정이 당장 차질을 빚게 됐다. 납기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대외신인도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은 하루 평균 1백50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의 각종 전자제품을 의왕컨테이너기지(ICD)를 통해 부산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는 의왕기지 전체 처리물량의 30%에 해당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하루 2백억원이 넘는다. 화물연대는 삼성전자가 큰 폭으로 운임을 인상해주지 않을 경우 12일부터 하루 평균 5백대씩 이뤄지던 배차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도 매일 1백대의 컨테이너 차량을 부산항으로 보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전남광주지부의 파업으로 7∼8일 이틀동안 제품을 실어내지 못해 수출길이 막혀 대체수송항 확보에 심각한 애로를 겪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솔직히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항의 마비는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LG전자 가전제품 생산기지인 창원공장은 하루 3백개의 컨테이너를,TV 등을 생산하는 구미공장은 1백50개의 컨테이너를 부산으로 보내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는 영상가전 물량이 모두 부산항을 통해 수출된다. 광주에서 생산하는 백색가전제품은 광양과 부산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는데 이날 40피트짜리 컨테이너 3백개중 절반인 1백50개가 발이 묶였다. LG전자도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부산항에서 선적이 불가능해질 경우 북중미지역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7천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운행거부는 지금까지의 철강업체 물류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산업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철강재의 운송마비는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제조업체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이미 일정물량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인천항 등으로 컨테이너 물량을 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수출입 물류가 완전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