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철강재 물류대란 사태를 빚은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진원지인 경북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타결됨에 따라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에따라 생산 현장에 철강공급이 중단되는 파국을 막게 됐으나 부산 등 일부지역에서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어 현재로서는 사태를 섣불리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협상 진행 상황 화물운송비 인상률 등을 놓고 지난 7일부터 협상을 벌여온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포항지역 9개 운송업체들은 교섭 3일만인 9일 오전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포항 인덕운동장에서 조합원인 화물차주 1천98명이 참석한 가운데 운송업체와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찬성 743명,반대 338명, 무효 4명, 기권 13명으로 통과시켰다. 양측은 포스코와 화물수송 계약을 맺은 5개 운송사에 대해 운송료를 현행보다 15% 인상하고 나머지 4개사는 추후 화물수송 현실을 감안해 협상을 계속하되 지금까지 제시된 11-14.5% 인상안을 감안키로 했다. 양측은 오전까지 화물연대가 운송료 20%의 인상안을 주장한 데 비해 운송업체측은 9-5.5%포인트 떨어지는 11-14.5%의 인상률을 내세워 팽팽한 접점을 형성했었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3시부터 3일간 화물차 운수 관련 13개 쟁점사항에 대해 14차례의 재교섭을 거듭하며 마라톤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7일부터 문배철강 등 철강사 앞에 차량 100여대를 세워둔채 운송료 인상등을 요구하며 운행을 거부해온 화물연대 광주.전남지부의 운송 거부사태는 단체교섭 타결로 종결됐다. 광주.전남지부 간부 8명과 문배철강㈜ 등 9개 철강업체, ㈜내천운수 등 13개 운수업체(알선업체) 대표들은 이날 낮 광양시 태인동사무소에서 13개항으로 이뤄진 단체교섭 합의서를 교환했다. 이들은 합의서에서 철강 및 운수업체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 ▲과속강요 중단 ▲t당 1만6천원인 경인지역 운송료 1만9천원(17%)으로 인상 ▲적재미달 차량에대한 타 화물 혼적시 거리에 따라 2만-4만원 추가 지급 등을 시행키로 했다. 또 운송료 현금 결제, 운송 단가공개, 당일발행 오더(상차 지시서)분에 대해 오후 8시까지 상차완료, 휴게시설(식당, 샤워시설) 이용, 출입.상차 거부행위 금지,노조원 소속 운수회사 차별 금지 등에 대해서도 협조키로 했다. 이밖에 집회 도중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차후 포스코와 대형운송업체와의 단가가 조정될때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광양지역 화물이 포항 등 파업지역에도 운송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키로 했다. ◆부산 등 일부지역 불씨 여전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이 이틀째를 맞이하면서 수출입 화물 수송에 차질이발생하기 시작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부산지부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4시간여동안 신선대부두에서 집회를 갖고 이틀째 경고파업을 벌였다.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각자 몰고온 300여대의 화물차를 타고 신선대부두를 출발, 부두로를 거쳐 김해까지 저속운행을 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부산시내를 통과하면서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신선대부두 뿐만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입구 만남의 광장과 원동IC에서도 각각 집회를 갖고 화물차 관련 악법철폐와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화물차 등을 이용한 부두 봉쇄 등의 강경조치는 취하지 않았으나 일부 조합원들이 국도 등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비조합원들의 트레일러운행을방해했다. 이로인해 트레일러운행이 중단되면서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 물량이 평소에 10%선에 그쳤다. 부산항 전체 물량의 20%를 처리하는 신선대부두의 경우 평소에 하루 평균 20피트 기준 4천300개의 컨테이너를 반출입했으나 이날은 15%에 그쳤다. 감만부두와 허치슨부두, 우암부두, 감천항의 컨테이너 터미널도 이날 반출입 물량이 평균 10%선에 머물렀다. 이같은 컨테이너 수송차질에 따라 신선대부두 10억원을 비롯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부두들은 5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운영회사들은 추정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일단 오는 10일까지경고성 파업을 벌이며 사태추이를 보면서 10일로 예정된 고 최복남(44) 김해지부장의 장례식 이후 투쟁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부산과 경남 김해시, 양산시까지 관할하고 있으며 전국단위의 개별조직인 위.수탁지부 소속 조합원을 합합 경우 전체 6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하루 평균 8천여개(1만6천TEU)에 달하는 컨테이너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집단행동을 벌일 경우 국내 컨테이너물량의 80%를차지하는 부산항 부두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포항에서 진행중인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대표간의 협상 타결이 지연됨에 따라 일단 이날 오전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경인지부는 오전 10시를 기해 휴업을 결정, 모든 차량의 운행을 중단토록 한 데이어 2천여 일반 조합원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경인지부는 협상이 금명간 타결되지 않을 경우 대형 트럭으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 정문을 봉쇄하고 하루 500여대씩 이뤄지던 수원 삼성전자에 대한조합원 배차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또 인천항으로의 차량 진입을 막기로 하고 조합원 트럭 100여대를 이날 인천항주변에 집결시켰다. 오윤석 경인지부장은 "이번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경인ICD는 물론수원 삼성전자, 인천항 등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봉쇄할 것"이라며 "정부와 운송업체 대표들은 조합원들의 생존권 요구를 보다 진지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말했다. 이밖에도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운임 인상과 대금 결제방식 변경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삼성계열 전사업장의 수출화물에 대해 차량 배차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협상 압박 화물연대 포항지부는 협상이 한때 난항을 겪자 포항-경주 7번 국도변인 포항시남구 연일읍 유강리 관문주유소 갓길 등지에 주차해둔 차량 300여대를 8일 오후 2시4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포항시내와 철강공단을 빈차로 서행운행하며 운송회사를 압박하는 등 파업강도를 높였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 300여명도 이날 오전 9시 신선대부두에서 집회를 갖고 이틀째 경고파업을 벌였다.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신선대부두 뿐만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입구 만남의 광장과 원동IC에서도 각각 집회를 갖고 화물차 관련 악법철폐와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했다. ◆경찰 대응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포스코 등 일부 철강공단업체의 출입문봉쇄 등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된 전국운송하역노조 위원장 김종인(40)씨와화물연대 포항지부장 김달식(32)씨 등 11명에 대해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부터 포스코 제 3문과 일부 업체 출입문의 봉쇄를 지시하거나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차량에 대한 공장 출입을 방해한 혐의로 업체들에 의해 피소됐다. 경찰은 앞서 지난 7일 1차 출두요구서를 보냈으나 이들이 출두하지 않아 2차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3차 협상에 참석한 화물연대 포항지부 관계자들은 "앞에서는 성실한 교섭을 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교섭대표 등 9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면서 "이는 협상을 깨자는 얘기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해 협상이 한때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윤조 홍창진 최은형 강창구 이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