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철강 물류대란 사태를 빚은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진원지인 포항과광양에서 잠정 또는 완전 타결돼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포항지역 화물연대는 협상 사흘만에 운송업체와 잠정합의안을 도출, 전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파업을 철회한다는 계획이고 광양지역은 이미 합의서를 교환했다. 그러나 포항지역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할지의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부산 등 일부지역에서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사태를 낙관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협상 진행 상황 화물운송비 인상률 등을 놓고 지난 7일부터 협상을 벌여온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와 경북 포항지역 9개 운송업체들은 교섭 3일만인 9일 오전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대표 17명은 이날 오전 11시35분께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회의실에서 제14차 교섭을 갖고 10여분간 논의 끝에 전격 합의했다. 화물연대측은 그러나 이날 오후 포항시 인덕운동장에서 화물차주들로 구성된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잠정합의안의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단계알선 금지 등이 포함됐다는 것외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께 먼저 알린 뒤 공개하겠다"면서 합의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운송요금 인상률을 놓고 제13차 교섭을 벌였으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50여분만에 결렬됐었다. 13차 교섭에서 포스코와 화물수송 계약을 맺은 5개 운송회사와 삼한.성우는 13%,동국통운이 14.5%, 로열은 11%의 인상률을 각기 제시했었다. 이날 운송업체들이 제시한 인상률은 지난 8일에 비해 0.5-2.5% 인상된 것이다. 양측은 지난 7일 오후 3시부터 3일째 협상결렬과 재교섭 등을 14차례 거듭한 끝에 이날 오전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측은 그동안 교섭에 참여한 교섭위원 9명 전원이 업무방해혐의로 피소되자 체포영장 발부를 우려, 윤창호 운송하역노조 조직국장을 제외한 교섭위원 전원을 교체하기도 했다. 지난 7일부터 문배철강 등 철강사 앞에 차량 100여대를 세워둔채 운송료 인상등을 요구하며 운행을 거부해온 화물연대 광주.전남지부의 운송 거부사태는 단체교섭 타결로 종결됐다. 광주.전남지부 간부 8명과 문배철강㈜ 등 9개 철강업체, ㈜내천운수 등 13개운수업체(알선업체) 대표들은 이날 낮 광양시 태인동사무소에서 13개항으로 이뤄진 단체교섭 합의서를 교환했다. 이들은 합의서에서 철강 및 운수업체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 ▲과속강요 중단 ▲t당 1만6천원인 경인지역 운송료 1만9천원(17%)으로 인상 ▲적재미달 차량에대한 타 화물 혼적시 거리에 따라 2만-4만원 추가 지급 등을 시행키로 했다. 또 운송료 현금 결재, 운송 단가공개, 당일발행 오더(상차 지시서)분에 대해 오후 8시까지 상차완료, 휴게시설(식당, 샤워시설) 이용, 출입.상차 거부행위 금지,노조원 소속 운수회사 차별 금지 등에 대해서도 협조키로 했다. 이밖에 집회 도중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차후 포스코와 대형운송업체와의 단가가 조정될때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광양지역 화물이 포항 등 파업지역에도 운송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키로 했다. ◆일부지역 불씨 여전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이 이틀째를 맞이하면서 수출입 화물 수송에 차질이발생하기 시작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부산지부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4시간여동안 신선대부두에서 집회를 갖고 이틀째 경고파업을 벌였다.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각자 몰고온 300여대의 화물차를 타고 신선대부두를 출발, 부두로를 거쳐 김해까지 저속운행을 하는 시위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부산시내를 통과하면서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이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신선대부두 뿐만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입구 만남의 광장과 원동IC에서도 각각 집회를 갖고 화물차 관련 악법철폐와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화물차 등을 이용한 부두 봉쇄 등의 강경조치는 취하지 않았으나 일부 조합원들이 국도 등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비조합원들의 트레일러운행을방해했다. 이로인해 트레일러운행이 중단되면서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 물량이 평소에 10%선에 그쳤다. 부산항 전체 물량의 20%를 처리하는 신선대부두의 경우 평소에 하루 평균 20피트 기준 4천300개의 컨테이너를 반출입했으나 이날은 15%에 그쳤다. 감만부두와 허치슨부두, 우암부두, 감천항의 컨테이너 터미널도 이날 반출입 물량이 평균 10%선에 머물렀다. 이같은 컨테이너 수송차질에 따라 신선대부두 10억원을 비롯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부두들은 5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운영회사들은 추정했다.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일단 오는 10일까지경고성 파업을 벌이며 사태추이를 보면서 10일로 예정된 고 최복남(44) 김해지부장의 장례식 이후 투쟁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부산과 경남 김해시, 양산시까지 관할하고 있으며 전국단위의 개별조직인 위.수탁지부 소속 조합원을 합합 경우 전체 6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부산항에서 처리되는 하루 평균 8천여개(1만6천TEU)에 달하는 컨테이너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집단행동을 벌일 경우 국내 컨테이너물량의 80%를차지하는 부산항 부두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포항에서 진행중인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대표간의 협상 타결이 지연됨에 따라 일단 이날 오전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경인지부는 오전 10시를 기해 휴업을 결정, 모든 차량의 운행을 중단토록 한 데이어 2천여 일반 조합원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 경인지부는 협상이 금명간 타결되지 않을 경우 대형 트럭으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 정문을 봉쇄하고 하루 500여대씩 이뤄지던 수원 삼성전자에 대한조합원 배차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또 인천항으로의 차량 진입을 막기로 하고 조합원 트럭 100여대를 이날 인천항주변에 집결시켰다. 오윤석 경인지부장은 "이번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경인ICD는 물론수원 삼성전자, 인천항 등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봉쇄할 것"이라며 "정부와 운송업체 대표들은 조합원들의 생존권 요구를 보다 진지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말했다. 이밖에도 화물연대 경인지부는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운임 인상과 대금 결제방식 변경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삼성계열 전사업장의 수출화물에 대해 차량 배차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협상 압박 화물연대 포항지부는 협상이 한때 난항을 겪자 포항-경주 7번 국도변인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리 관문주유소 갓길 등지에 주차해둔 차량 300여대를 8일 오후 2시 4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포항시내와 철강공단을 빈차로 서행운행하며 운송회사를 압박하는 등 파업강도를 높였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 300여명도 이날 오전 9시 신선대부두에서 집회를 갖고 이틀째 경고파업을 벌였다. 남부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이날 신선대부두 뿐만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입구 만남의 광장과 원동IC에서도 각각 집회를 갖고 화물차 관련 악법철폐와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했다. ◆경찰 대응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포스코 등 일부 철강공단업체의 출입문봉쇄 등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된 전국운송하역노조 위원장 김종인(40)씨와 화물연대 포항지부장 김달식(32)씨 등 11명에 대해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일부터 포스코 제 3문과 일부 업체 출입문의 봉쇄를 지시하거나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차량에 대한 공장 출입을 방해한 혐의로 업체들에 의해 피소됐다. 경찰은 앞서 지난 7일 1차 출두요구서를 보냈으나 이들이 출두하지 않아 2차 출두요구서를 보냈다. 이때문에 이날 오전 13차 협상에 참석한 화물연대 포항지부 관계자들은 "앞에서는 성실한 교섭을 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교섭대표 등 9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면서 "이는 협상을 깨자는 얘기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해 협상이 한때 큰 진통을 겪기도 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윤조 홍창진 최은형 강창구 이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