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노동재단 주최 '권기홍 노동부 장관 초청 새 정부 노동정책 방향' 세미나가 2일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윌리엄 오벌린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 데이비드 리처드슨 TNS대표, 로랑쇼데 노보텔 총지배인, S.H.Jang&어소시에이츠의 장성현 대표 등 2백여명의 외국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세미나에서 외국인투자기업 CEO들은 노사분쟁과 정리해고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일부는 두산중공업 사태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친 노조 성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외국기업투자유치 컨설팅업체인 S.H.Jang의 장성현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투자에 있어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노조 문제를 꼽고 있는데 최근 두산중공업 사태에서 봤듯이 현 정부는 너무 노조 편을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장관은 이에 대해 "솔직히 내가 직접 (두산중공업) 현장을 방문해 간곡히 부탁했기 때문에 사용자측에서 양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물러섰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번 사태는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케이스였기 때문에 개입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앞으로 장관이 일일이 개별기업의 노사분규 현장에 돌아다닐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그러나 "노동의 유연성 못지 않게 안정성 추구도 중요하다"며 그동안 외국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대해선 일정한 거리를 뒀다. 태미 오버비 암참(주한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이 "최근 사스의 영향을 입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호텔에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해 다운사이징을 쉽게 하고 있지만 한국 호텔들은 객실 점유율이 50%도 안되는데 인력을 감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권 장관은 "노동의 유연성만을 좇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거나 비용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반문했다. 권 장관은 "노사 문제를 땜질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노동계가 경영자들과 정부를 신뢰하게 해야 한다"며 "참여정부는 노동계로부터 도덕적인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 법과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의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근로자 개개인의 노동 경쟁력 확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한 직장을 고수하는 '평생직장인'이 아니라 어느 환경에서도 직업을 구할 수 있는 '평생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