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대로 낮추기로 한 것은 북핵 변수와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동원하기 위해서라도 성장 목표치를 낮추는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간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미 올해 전망치를 4%대 초반으로 하향조정한 뒤여서 정부의 정책대응이 실기(失機)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스와 북핵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향후 경기대책 수립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터널 끝이 안보이는 경기침체 정부는 미.이라크 전쟁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스 파문이 확산되고 북핵 문제마저 풀리지 않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 됐다. 최근의 실물 경기지표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3월중 철도화물수송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고 롯데 신세계 현대 등 3대 백화점의 매출액도 7.1% 줄었다. 수도권 지역 레미콘 출하량은 1.4% 증가에 그쳐 전달(24% 증가)에 훨씬 못미쳤다. 사스 피해는 관광업계나 항공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스가 국내에 본격 상륙하지 않더라도 수출 피해는 연간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 경제성장 4% 달성도 불안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1.4분기 성장률이 3.9%로 추정된다"며 "젊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면 최소한의 경제성장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추경 편성이나 금리인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감면과 규제완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정책조합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경제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려 연간으로는 4% 이상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4% 달성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사스 파급효과는 (지난번) 경제전망 수정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사스 피해로 한국의 대(對)아시아지역 수출이 줄어든다면 성장률은 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5.3%에서 4.2%로, 한국은행은 5.7%에서 4.1%로 지난 10일 각각 하향 조정했다. ◆ 올해 실업자 10만명이상 늘 듯 심상달 KDI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실업률은 0.2%포인트(5만명 안팎)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자는 지난해(성장률 6.3%)보다 적어도 10만명 이상 많은 8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 둔화로 시장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유가상승및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4.5%(전년동월비)로 이미 한국은행의 관리목표 범위(2∼4%)를 벗어났다. 시장 금리는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민간부문의 소비 감소로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