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 만점에 평균 2.4점.' 26일로 출범 만 2년을 맞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경제 성적표가 낙제를 면치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명 기업인들과 경제평론가,금융인 등 45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분석,고이즈미 정권이 개혁구호만 요란한 채 경제 상황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아사히 등 다른 유력 일간지들의 여론 조사에서도 경제는 정권 출범 초기보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운용 능력을 보는 일본 국민들의 시선이 극히 부정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고이즈미 총리가 가장 즐겨 사용한 구호는 '성역 없는 구조개혁'이었다. 그는 개혁 없이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국민들에게 고통을 참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재정,세제개혁에 대한 평가는 2.2점과 2.3점에 그쳤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특수법인 개혁도 3.0점으로 간신히 낙제를 면했다. 디플레 대책은 1.8점으로 최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취임 초 4% 선이었던 실업률이 5.4%(3월 말)까지 치솟고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를 걸었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의 불량채권 해결을 강조해 왔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금융불안이 더 심화되면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취임 초의 1만4천엔대에서 7천6백엔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금융 및 산업재생에 대한 평가도 2.2점의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고이즈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관료의 벽에 둘러싸여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