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컨벤션센터 건립에 나서고 있다. 컨벤션 산업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컨벤션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컨벤션 참가자는 1인당 6.4일을 한국에 머물면서 평균 2천6백83달러를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일반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체재기간이 4.9일이며 1인당 1천3백68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한명이 컨벤션에 참가하면 컬러TV 6대, 승용차 0.2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컨벤션에 참가한 외국인의 씀씀이가 단순 관광객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컨벤션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말이다. 그래서 컨벤션이 굴뚝없는 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컨벤션 산업은 이런 직접적인 경제효과 외에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컨벤션 참가자 대부분은 그 나라의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다. 이들은 컨벤션을 개최한 국가나 도시를 세계에 널리 알려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라스베이거스가 좋은 예다. 도박의 도시로 유명했던 라스베이거스는 컨벤션과 전시회를 끌어들여 세계적인 컨벤션 도시로 부상했다. 컨벤션센터는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으로 건설된다. 또 도로 확충, 숙박.쇼핑시설 관리 등을 통해 도시 정비가 이뤄져 전체적으로 도시 경관이 상승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 한국의 위치 =국제협회연합(UIA)의 가장 최근 통계(2001년)에 따르면 컨벤션센터 개최 국제회의 건수가 한국의 경우 1백34회였다. 전세계 국제회의 건수의 1.5%다. 이는 세계 18위에 해당하며 아시아지역 국가별로는 일본(2백15건) 중국(홍콩 포함, 1백59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지난해 1백7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세계 8위를 기록했다. 2000년에는 20위였으나 지난해 세계 10대 개최도시로 부상한 셈이다. 아시아지역 도시 가운데서는 싱가포르(1백20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홍콩이 2000년까지 2위였으나 서울이 2001년 2위를 뺏었다. 홍콩은 2000년 76건, 2001년 77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했다.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는 만큼 컨벤션산업의 지위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 컨벤션센터 건립 경쟁과 문제점 =2000년 이후 국내 전시 컨벤션시설이 크게 증가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가 2000년 아셈회의를 계기로 전시장 규모를 5천㎡ 늘렸다. 2001년 부산(BEXCO) 대구(EXCO), 지난해에는 서울 양재동 농산물무역센터(aT센터)가 각각 문을 열었다. 제주(ICC JEJU)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또 대전 수원 인천 등의 지자체도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며 2005년에는 경기도 고양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장 건립이 예정돼 있다. 현재 한국의 컨벤션센터 규모는 총 15만8백50㎡. 이는 세계 최대의 전시장을 자랑하는 독일 하노버전시장(46만6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과거의 만성적인 면적 부족사태는 대부분 해소됐다. 오히려 컨벤션센터간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컨벤션센터는 면적 기준으로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이로 인한 유사중복 전시회 난립과 임대료 할인 등 과당 유치경쟁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내년 5월에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유치에 부산과 제주의 컨벤션센터가 나서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진 제주가 개최지로 결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소 출혈경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 차원의 홍보마케팅 시급 =국제회의 유치는 컨벤션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과 국가적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가 및 지역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을 통해 컨벤션센터도 홍보하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컨벤션과 관련된 유명 인사를 대상으로 한 투어를 국내에서 공동 실시해 한국의 컨벤션 개최여건을 대외에 알릴 필요도 있다. ◆ 차별화 전략만이 살 길 =컨벤션은 특성상 해당 국가가 우위에 있는 산업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정보기술(IT) 분야를 기반으로 한 컨벤션과 그와 관련된 서비스 등의 첨단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는 고도로 훈련된 우수 인적자원을 유치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제적인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3국이 전시·컨벤션 분야에 협력하고 행사를 연계해 개최하는 방안이 절실하다는게 컨벤션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