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77)이 내년에 또 다시 연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RB 의장 지명권을 갖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다음 임기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내년 6월 4년간의 4차 임기가 끝나는 그린스펀 의장을 재지명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 후 주가가 급등하는 '그린스펀랠리'가 발생,그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했다.


◆재선 겨냥한 부시의 '러브콜'=부시 대통령이 그린스펀을 다시 FRB 의장직에 앉힐 것임을 시사한 것은 뜻밖이다.


지난 2월 경제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의회에 출석한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재정적자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평가,부시 대통령을 실망시켰다.


이때 백악관과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의 야심적인 감세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그린스펀 의장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후 월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내년에 재지명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그를 다시 기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겨냥,그린스펀 의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월가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그린스펀 의장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냄으로써 시장의 신임을 얻으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맥없이 움직이던 뉴욕증시는 부시 대통령의 그린스펀 의장 재지명 시사 소식이 전해진 정오 무렵 급등세로 반전,다우와 나스닥지수가 일제히 1.9%씩 올랐다.


◆최장수 FRB 의장 되나=FRB 의장직을 17년째 수행 중인 그린스펀이 내년에 다시 연임되면 총 21년간의 역대 최장수 의장이 된다.


지금까지 최장수는 윌리엄 마틴으로 19년간(1951~1970) FRB를 이끌었다.


그린스펀은 블랙먼데이 4개월 전인 1987년 6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의해 폴 볼커 의장 후임으로 발탁됐다.


그후 조지 부시,빌 클린턴,조지 W 부시 등 4명의 대통령과 함께 미 경제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그린스펀 의장이 내년에 반드시 5번째 임기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1백% 장담할 수 없다.


그사이 부시 대통령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그린스펀 의장이 고령을 이유로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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