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해외분식규모가 3조4천억원대에 달한다는 법정진술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경우 SK글로벌의 전체 분식규모는 이미 발표된 1조5천억원을 합쳐 최대 5조원으로 늘어나게돼 파장이 예상된다. SK그룹은 "진술에 나섰던 문덕규 SK글로벌 전무가 해외 부채규모를 묻는 것으로 알고 잘못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SK그룹 관계자는 "분식은 자산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민 것이고 부실은 자산은 있지만 회수가 불투명한 채권 등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엄연히 다르다"며 "해외부채로 발표한 3조4천억원 전액을 분식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3조4천억원은 지금까지 알려진 SK글로벌의 8조5천억원의 부실규모에 이미 포함됐기 때문에 추가 부실이나 부채 규모가 확대된 것이 아니다"면서 "5월 중순으로 예정된 실사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부실 및 분식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글로벌도 "3조4천억원은 2001년말 현재 해외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및 출자금 규모로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우발채무나 잠재부실로 간주하고 있었다"며 "3조4천억원은 장부에도 기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무 역시 "재판정에서 긴장하는 바람에 분식회계 규모를 부실 추정 규모라는 말로 잘못 듣고 답변했다"고 해명했다. 검찰과 법원의 설명도 이번 논란이 단순한 "착오"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SK글로벌이 해외법인에 출자한 2천5백8억원만을 분식회계액으로 인정했고 나머지 해외 지급보증 등으로 인한 3조2천억원은 "분식회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담당재판부도 공판뒤 "손실을 이익으로 부풀리는 의미의 분식회계 뿐 아니라 차입금과 매입채무,현지법인 자본금 등 재무제표 계정을 바꿔 기재한 것까지 포함시킨 것을 분식으로 이해하고 질문했다"고 부연 설명해 해외분식 규모를 물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SK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외법인에서 3조원이 넘는 분식회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SK글로벌의 정상화에는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도 "관계자 진술등을 통해 3조4천억원 규모의 분식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포착했으나 해외법인은 국내법 적용대상이 아니고 관련자료도 없어 해외분식을 조사하지도 못했다"고 말해 추가 분식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검찰이 분식으로 봤던 2천5백억원의 "해외법인 출자금"은 해외 자회사들이 "껍데기"로 전락해 한푼도 건질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지분법 평가손실로 반영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SK글로벌이 밝힌 부실 규모도 항목별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SK글로벌은 2001년말 기준 해외 부실규모를 3조4천5백억원이며 이중 3조2천억원은 해외지급보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월 발표한 SK글로벌의 총부채규모에서 해외지급보증은 2조4천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로 분류했던 해외법인 "출자금"은 아예 항목에서 빠지고 대신 국내부채가 6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회계법인의 실사와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가 이뤄지고 있는만큼 정확한 분식규모는 추후 확인될 전망이다. 정태웅.정한영.이관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