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종전과 함께 반도체시장에 우울한 분위기가 걷히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이 줄어들고 하반기 이후 본격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전이 진행중이던 지난 1.4분기 시장 상황도 예상만큼 나쁘지 않았고 재고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점이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최종 소비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런 전망도 남아 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 1.4분기 나쁘지 않았다 2백56메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32M: 2백66㎒기준) 현물가격은 지난해 2월말 2.86달러로 바닥을 친 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들어 며칠째 하락하고 있지만 16일 오전 현재 3.35달러를 기록, 2월말 저점보다는 위에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마케팅담당 김일웅 상무는 "D램은 2월말에 바닥을 쳤다"며 수요가 왕성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고급형 노트북PC 등은 이라크전쟁과 상관없이 판매가 활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5백12메가 메모리의 경우 극심한 공급부족상태라는 것. 통상 1.4분기 PC매출이 전 분기보다 10% 가량 줄어드는데 올해는 6% 감소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메모리업체들은 지난 1.4분기중 재고를 상당 부분 정리해 수요와 공급이 팽팽한 상황이라고 김성인 한누리증권 연구위원은 말했다. 김 상무도 "유통채널에 재고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경우도 메모리부문에서 지난해보다 약간 못미치는 수준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창규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큰 폭으로 줄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1위와 3위인 인텔과 TI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장비시장의 매출액도 지난 2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 파운드리 경기 호전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업계의 경우도 지난 3월부터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이 3백93억2천5백만 뉴타이완달러로 전 분기보다 4.3% 줄었다. 그러나 지난 달에는 1백38억5천1백만 뉴타이완달러로 전월보다 12.2% 증가했다.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61%에서 1분기에는 70%를 돌파, 최근에는 80%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UMC도 지난달 70억5백60만 뉴타이완달러의 매출을 기록 29.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부아남반도체도 주문이 늘어 가동률이 7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GPRS폰, 동영상폰, 디지털TV, LCD모니터 등의 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관련 반도체주문이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낙관론이 우세 2.4분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램익스체인지의 라이언 니에 최고경영자는 D램 현물가격은 통상 PC시장의 비수기로 알려져 있는 다음달 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겠지만 그 뒤에는 회복세를 보이며 연말에는 바닥 가격의 두 배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D램 시장이 올해도 그리 좋지 못하겠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모든 D램 생산업체의 실적이 올 하반기에는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인 연구위원은 이라크전 종전과 PC교체주기, 인텔의 신제품 출시가 맞아 떨어져 반도체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인텔이 이달중 출시하려 했던 3기가급의 CPU 출시 일정이 한 달 뒤로 늦춰지기는 했으나 업계에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전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업계의 재고수준이 낮은 데다 가격이 워낙 떨어져 오름세 전환이 가능하다며 이미 지난 2월 바닥이 확인됐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투기적인 수요가 한 발 앞서 유입되고 있지만 5월 중순 이후에는 확연한 수요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상승 이후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점차 가격 저점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