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현지시간)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 참석한 월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 핵 문제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많은 질문을 할애했다. 그러나 최근 북핵사태 진전 탓인지 '강한 우려'보다는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한국측 참석자들은 설명회를 마치고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 등을 방문한 뒤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한달전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우호적인 분위기로 맞아 주었다"고 전했다. 무디스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후 한국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월가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한 참석자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라인이 72시간 동안 중지되면서 북한이 협상태도를 바꾸게 되었다는 정보가 있다"며 한국 정부측 견해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대통령 외교안보 보좌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연료공급을 중단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중국이 그동안 많은 식량과 원료를 북한에 공급하는 등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다자간 협상에 응하기로 하는 등 협상 방식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인 점은 북핵문제 해결에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해결에 소요되는 기간보다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SK글로벌사태 등 부실회계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한 참석자는 "SK글로벌 사태와 같은 회계부정이 한국 기업의 일반적 현상인가"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은 회계부정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답하며 "과거 5년간 기업 및 금융회사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30대 대기업중 16개 기업의 소유주가 바뀌었고 나머지도 계열분리, 상속,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을 거치면서 소유주의 부정 여부가 이미 철저하게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또 "SK글로벌에서 보듯 회계부정 발생시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며 경제 안정을 이유로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군복 정장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육군중장)이었다. 그는 한반도 전쟁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쟁은 어느 한쪽의 도발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침공할 의사는 전혀 없다"며 "이는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차 실장은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똑같은 질문을 워싱턴의 카운터파트들에게 던져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 부총리 등 한국대표단은 경제설명회 직후 S&P 무디스 등을 방문했다. 반 보좌관은 "한달전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한 직후 방문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대접을 받았다"며 "이들도 이제는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는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