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뒤에는 91년 걸프전과 달리 분명한 특수가 예상되며, 특수참여를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KOTRA 바그다드무역관은 15일 이라크전 보고서를 통해 "결론적으로 말해 전후특수는 분명히 있으며, 우리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걸프전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고 밝혔다. KOTRA는 그러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벌써부터 이라크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를 갖는 것은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상황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셈"이라고 특수환상을 경계했다. ◆왜 특수인가 = 무엇보다 전후에 급증할 건설과 플랜트 등 프로젝트 수요를 감안할 때 특수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KOTRA는 설명했다. 91년에는 이라크가 곧바로 유엔의 경제제재를 당해 고도의 소비국에서 극빈국수준으로 전락해 특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 파괴되지 않은 인프라도 20년 이상 유지보수가 안돼 개보수나 신축공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미국은 이라크 민심을 바로잡고 `해방'이란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최대한 신속하게 개발계획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주 경쟁국인 중국은 지금까지 이라크 시장에서 누려온 최혜국 지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반면 우리는 이라크 정부의 차별조치에서 자유로워진데다 `파병국'인 만큼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기업이 원청공사 수주를 당분간 주도할 전망이어서 시공분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을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이 유전개발과 정유공장, 공항, 발전, 상하수도, 항만, 주택,통신, 철도, 교량, 도로 등 프로젝트 시장에 참여할 전망이 밝다고 KOTRA는 전했다. 또 전후 큰 폭으로 성장할 민간시장도 특수를 촉진시키는 요인. 전쟁 전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했던 이라크 경제의 공공부문 비중은 80%를 넘었지만 민간경제 활성화 정책이 시행되면 민간소비가 급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시공경력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가전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등 때문에 한국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일본제품에 버금갈 정도로 좋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시장에서 가전제품과 자동차, 위성수신기, 유선통신장비 등 분야에서 우리의 진출 전망이 매우 밝으며, 카타르 미군사령부의 브리핑룸에 설치된 PDP TV가 국산이라는 점은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동차, 철강, 비료 등 주요 산업이 국유화돼 있어 중소형 기계류 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특수 예상분야다. 이라크 공업부 산하에 60여개 국영 제조업체가 있으나이들 공장의 가동률이 20-30% 밖에 되지 않아 기존 설비에 대한 전면 개보수나 신규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수준비 어떻게 = 대기업은 전후 곧바로 발주될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벡텔이나 파슨스 같은 미국 복구사업 참가기업들과 `끈'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KOTRA는 제시했다.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이라크 진출에 주력할 쿠웨이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등과의 연대도 권장할 만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히 쿠웨이트는 당분간 대 이라크물류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관리 및 현지화를 위해 이라크의 협력파트너를 물색하는것이 중요하며,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바그다드를 방문해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KOTRA의 조언. KOTRA는 전후 특수에 대비해 오는 4월말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대 중동 플랜트수주 촉진단을 이라크 주변국에 파견해 우리기업들의 수주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5월말에는 국산제품 구매를 원하는 중동 바이어들을 국내로 초청해 `포스트이라크' 구매상담회를 여는데 이어 하반기에는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한국상품전시회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이라크와 거래선이 있는 주변국 바이어 관련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국내 업계에 알리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정종래 KOTRA 바그다드무역관장은 "국제사회에서 이라크의 민간시장은 `부잣집의 갓난아기'(new born baby in a rich family)로 비유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있다"며 "초기에는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