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맏형 재정경제부가 새정부 들어 다른부처와 정책혼선을 빚거나 인사잡음을 일으키는 등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재경부의 위상 저하는 최근 침체에 빠진 경제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투자와 소비를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취임한후 법인세율 인하 발언을했다가 청와대의 제동을 받은데 이어 적자재정 편성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와 계속이견을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가계부채 대응방안과 관련, 대통령으로부터`대강 짚고 넘어가는 것'이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으며 급기야는 지난 14일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김 부총리가 "공정위가 삼성그룹과5개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재경부가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경제부총리의 이같은 모습은 진념, 전윤철씨 등 전임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부분들로 국내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재경부의 정책발표를 100% 신뢰하기힘들다"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기업의 한 사장은 "새정부 경제정책이 방향을 못 잡는 바람에 불안해서국내에는 투자를 못하겠다"며 "노동정책 등 여러 부문에서 재경부의 조정기능이 예전보다 많이 약화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재경부는 부총리가 취임한지 50일이 넘도록 1급과 주요 국장급 인사를마무리하지 못해 간부와 직원들의 관심이 인사 향방으로만 쏠린 나머지 '업무공백'현상이 야기돼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 증가, 설비투자 둔화 등 산적한 각종 경제현안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처럼 인사가 지연되면 5월이 돼야 과장선까지 재경부의 인사가 마무리되게돼 새로 보직을 맡게 되는 간부나 실무자들이 업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재경부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앞으로 최소한 수개월은 흘러야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살리기에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기 어려운 마당에 인사문제로 경제의 주름살만 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사내용면에서도 재경부의 세제실장이 산하기관인 국세청의 1급인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옮겨간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로 재경부 위상 추락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국장급에서는 재경부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금융정책국장 인사가 뒤틀려 다른국장들 인사까지 완전히 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재직한 변양호 금정국장이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것을 기피했고 부총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국제금융국장에는 행정고시 22회의 최중경 비서실장을 내정, 행시 선배 국장들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정국장과 국제금융국장에는 해당 부서의 업무에 밝은 `전문가'들의 지원이 많았으나 사실상 모두 무산된 상태다. 이같은 재경부의 위상 추락은 김 부총리가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보다 행시 기수에서 아래거나 동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경제팀장으로서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제정책과 인사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고려를 하느라 판단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