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출국과 수입국 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DDA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에서 당초 지난달 말로 설정했던 협상 세부원칙(modelities) 수립 시한을 넘기는 등 주요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말 일괄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DDA 협상이 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수파차이 파니츠팍디 WTO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DDA 협상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 회복 전망이 흐려질 뿐만 아니라 다자협력 전반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 지지부진한 DDA 협상 농업 분야에선 관세율과 보조금을 둘러싼 농산물 수출입국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수출국 진영인 케언스그룹과 미국은 수출 보조금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수입국 동맹그룹은 단계적인 감축에는 동의하지만 철폐에는 반대하고 있다. 또 수출국들은 모든 농산물의 관세율 상한선을 25∼1백25%로 낮출 것을 주장하는 데 반해 수입국들은 향후 10년에 걸쳐 기존 우루과이라운드(UR) 관세율을 소폭 낮춰가자며 맞서고 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1차 양허(시장개방)안 제출 시한을 지킨 나라가 WTO 1백46개 회원국 중 한국 등 12개국(8.2%)에 불과했다. 또 고가 의약품을 개도국에 싸게 공급하자는 내용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 개정 협상은 지난해 말까지 매듭짓기로 했으나 개도국과 선진국이 팽팽히 맞서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 최종시한 지켜질까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5차 각료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분야는 5차 각료회의 이전까지 각국의 개방안을 제출토록 돼 있지만 이 때까지도 세부원칙조차 수립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비농산물 분야의 협상 세부원칙 수립도 공산품 수출입국 간의 입장차가 너무 큰 탓에 시한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 EU 등 선진국과 중국을 앞세운 개도국이 WTO 최고 의결기구인 각료회의를 통해 협상 원칙과 방향에 대한 극적 타협점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각료회의에서도 이견 조율에 실패할 경우엔 DDA 협상 전반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