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줄곧 세계를 외면해 왔다.국제환경협약인 교토의정서를 팽개쳤고,대륙간 탄도미사일협정인 ABM도 폐기했다.WTO(세계무역기구)의 새로운 무역라운드도 미국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전제로 지지한 것이다." 얼마전 '미국의 전망'이라는 잡지의 해롤드 마어슨 편집장은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일방적 의사결정과 행동을 일삼는 부시의 세계관을 비판한 대표적인 목소리였다. 미국은 군사력과 힘의 외교로 후세인 체제 붕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하지만 세계평화에 기여했다기 보다는 세계 각국에 미국의 막강한 힘과 일방주의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게 뉴욕 타임스의 지적이다. ◆2차대전 이후 국제체제 붕괴 우려=지금은 2001년 9·11테러 직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당시만 해도 세계 각국은 테러 응징에 나선 미국을 지지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성공리에 끝낸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면서 세계 각국의 동정론은 사라졌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심 국가들이 비난의 선봉에 섰다. 러시아도 그들 편으로 기울었다. 이들은 지난 11,12일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전후 재건 및 이라크 정부 수립을 좌지우지 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2의 연대를 구축했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유엔이 제기능을 회복할 여지도 없어졌다. 유엔은 유엔주도의 재건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을 뒷받침하는 종속적인 역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순탄치 않을 이라크 점령=미군의 장기주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신정부 대표로 유력한 아흐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은 '이라크 자주통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쟁자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 의장은 일찌감치 내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무정부 상태의 약탈행위도 미군을 보는 이라크인의 시선을 차갑게 만들고 있다. 점령통치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혼란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에는 바그다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반미시위가 발생,군정에 대한 저항을 예고했다. 미군을 도와 전쟁을 치른 쿠르드족의 숙원인 '독립'도 순조로운 이라크점령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아랍권도 반미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친미를 견지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전후 1백명의 오사마 빈 라덴이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다국적브랜드의 고립화=비즈니스위크 최신호(21일자)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전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상승을 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4가지를 꼽았다. 그중 하나는 미국 다국적 브랜드의 타격이다. 테러위협 무역자유화 협상차질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반미 감정의 돌팔매는 미국 다국적 브랜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반미 감정이 확산되면서 유럽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과거에는 미국 브랜드가 최고로 평가됐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우려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우종근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