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일본 해운회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일본 선주사가 한국 조선소에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일본 해운회사의 추가 발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양국 해운.조선업계간 `적과의 동침'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일본 해운회사인 K-라인사로부터 4천TEU급 컨테이너선 8척(옵션 3척 포함)을 수주했다"며 "수주금액에 대해서는 선주사측에서 공개를 꺼리고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기 힘들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선박 수주액이 옵션분까지 합하면 3억6천만달러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수주한 선박들은 길이 294m, 폭 32.2m에 23.5노트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으며 400개의 냉동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다. 이들 선박은 2004년말부터 2005년초 순차적으로 선주사측에 인도될 예정이며 K-라인은 이 선박을 아시아-미국 동부해안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K-라인은 현대중공업이 미국 가스 저장탱크 전문 기술용역회사인 에너씨(EnerSea Transport LLC)와 함께 3자 공동으로 신개념 천연가스선인 CNG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로 현대중공업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수주가 `조기납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번 납기조건을 맞출 경우 일본 선주사들의 추가 발주도 이어질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한.일 관련 업계는 자국 조선기술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는데다 양국의 미묘한 경쟁 관계도 어느 정도 작용, 상대국 조선업체에 배를 발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나 올들어 대한해운이 일본업체에 발주하고 현대중공업도 VLCC(초대형 유조선), 탱커 등을 일본으로부터 수주하는 등 손을 맞잡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 조선업계의 경우 벌크선, 한국은 LNG선이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쪽으로 특화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양국간 `맞수주'는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로 간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두자릿수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일본 선주사들로부터 수주하는 사례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