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업체인 미국 존슨 앤드 존슨과 종합 제조업체인 3M은 세계적으로 윤리기업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존슨 앤드 존슨은 오랜 윤리경영 전통으로, 3M은 엄격한 윤리경영 실천으로 유명하다. 존슨 앤드 존슨은 1943년 미국 기업윤리 강령의 원조가 된 '우리의 신조'(Our Credo)를 제정했다. 내용은 소비자에 대한 태도 직원에 대한 기업의 책임 사회공동체에 대한 직원들의 책임 회사 주주들에 대한 책임 등 네 가지다. 이 회사는 미국 뉴브런즈윅 본사는 물론 세계 각지의 현지 법인에도 '우리의 신조'를 요약해 석판이나 목판에 새겨 놓았다. 존슨 앤드 존슨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낀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타이레놀 사건'이다. 지난 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즉각 '우리의 신조'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했다. 우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타이레놀을 사먹지 말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창고에 저장돼 있는 모든 재고물량도 처분했다. 조사 결과 제3자가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해당 지역인 시카고에 배포된 제품을 거두어들이도록 권고했지만 이 회사는 1억달러를 들여 시카고는 물론 전국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사건 직후 타이레놀의 시장 점유율은 32%에서 6.5%로 떨어졌으나 6개월 만에 회복됐다. 지금도 타이레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해열진통제로 자리잡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연간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음료 독극물 투입 사건, 라면 우지(牛脂) 파동,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 등에서 국내 기업이 보인 소극적인 대응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아프리카에서 현지 경찰이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며 외국인을 붙잡고 뒷돈을 요구하다 그 사람이 3M 직원인걸 알고 나면 "재수없다"고 떠난다고 한다. 3M은 정교한 윤리경영 매뉴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업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연간 50달러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커피와 도넛은 제외한다"(선물 증여 항목)는 식이다. 3M은 35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기업윤리 전담반(제너럴 카운슬 오피스)을 두고 매뉴얼 제정이나 교육 및 감독 업무를 맡기고 있다. "3M은 법률이 요구하는 것 이상을 원한다"는 원칙도 세워 놓았다. 미국에서 환경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75년 '3P(Pollution Prevent Pays)'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 독일에서 인생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을 전문가들에게 연결해 주는 노키아, 윤리와 투명성을 '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라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네슬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한결같이 윤리경영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