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 경제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로 종전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달전만 하더라도 종전 이후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가 미국과 유럽 경제보다 더 높은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들어 일부 전문가들은 사스를 지난 1997년의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가 직면한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경제분석가들이 지금까지 11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 발병이후 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연일 깎아 내리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의 주춧돌인 여행, 항공, 접객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 정부는 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들어 올해 성장률을 이미 낮췄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사스 때문에 홍콩의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BNP파리바 페레그린도 사스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올해 홍콩의 성장률을 1.5%에서 0.9%로 내렸다고 저널은 전했다. 신문은 또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도 불황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정부주도의 소비과열 정책이 야기한 금융권의 부실 처리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이라크 전후 미국의 관심이 온통 북한에 쏠리면서 북핵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지난해 모든 투자자들의 연인이었던 한국은 이제 실망덩어리로 전락했다"는 한 싱가포르 DBS은행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저널은 이라크 종전후 세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심지어 최근 몇년간 국제사회에서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마저도 사스에 대한 부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실추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사스 위협을 평가절하면서 세계의 공급기지인 중국에 대한 투자 지속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