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1.4분기 경기전망'을 통해 마침내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대폭 낮추고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등'을 울렸다. 이같은 입장은 KDI가 사실상 거시분야에서 정부와 시각을 공유해 왔다는 점에서'아직 전망 하향시점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공식멘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정부경제전망의 하향조정, 경기부양 착수의 '선행지표'로 읽혀진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경기전망 하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씽크탱크들이 이제 경제 비관론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성장률 4%대 공식화.."상황 간단하지 않다" 당초 지난해말 기준으로 작성된 KDI의 올해 성장률전망은 5.3%, 설비투자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8.8%, 3.3%였다. 그러나 KDI는 이날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전, 금융시장불안 등 다수의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며 성장률과 설비투자는 각각 4.2%, 3.4%로 대폭 낮추고 소비자물가 상승전망은 3.8%로 높였으며 내수분야에서도 경기부진과 소비자전망악화에 따른 영향을 반영, 민간소비증가율을 당초 4.4%에서 절반이하인 2.1%로 낮췄다. 다만 전날 한은이 고유가 등으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데 비해 KDI는 97억달러의 서비스수지 적자전망에도 불구, 15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해 차이를 보였으나 한은에 비해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KDI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 "내수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일련의 부정적 대내외 충격이 겹쳐 있어 전반적으로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사상최악으로 떨어진 교역조건이 경기하강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GDP 성장률보다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을 더 큰 폭으로 하락시킨 것이 체감경기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고유가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돼 상반기 GNI 증가율이 GDP 증가율(4%대초반전망)보다 3%포인트 이상 낮아 1%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추경대비, 법인세.금리인하"..전방위 부양책 권고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전망이 어렵다는 사실에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 KDI는 이번 경기전망에서 구체적 처방을 권고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KDI는 현 예산을 GDP대비 0.5%내외 재정수지흑자가 예상되는 긴축기조로 규정하고 "재정정책기조를 중립, 또는 소폭 확장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을 남겨둘 것"을 권고했다. 특히, "중립기조 전환시 2조∼3조(GDP의 0.4%) 규모의 추경예산이 필요하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지난달부터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하고 있는 적자재정 등 적극적인 재정방안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점진적 인하에도 불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 역시 낮추고 있어 상대적 인하효과가 소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에 따라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조절의 한계를 감안해 법인세율 인하 등'재정수입의 적정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법인세 인하에 대해 긍정적평가를 내리고 있다. KDI는 재정뿐 아니라 금리에 대해서도 적극적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이날 전망에서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범위(3%±1%)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채권시장동요를 감안할 때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마디로 현 경제상황이 안이하게 대응할 수준이 아니며 재정,금융분야에서 모두 적극적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 거시정책은 신축적. 미시구조조정은 일관되게 KDI는 "현재의 경제불안은 아직까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경기하강이 계속되는 한편, 부실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이 지체되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늦추자는 주장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신축적 거시정책으로 부양에 나서되 드러난 부실에 대한 미시적 구조조정은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구체적 처방에 있어서도 SK글로벌의 손실부담을 주주,채권자,경영진 등 법적 책임이 있는 경제주체에 귀속시킬 것을, 신용카드사의 건전성 제고는 대주주의 책임아래 증자달성과 감독기준의 안정성유지, 적기시정조치의 엄격한 집행이 해법임을 강조하고 은행이 제공하는 브리지론에 정책.감독당국의 입김배제 필요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 문제로 인한 채권시장경색에 대해서도 신용리스크증대보다 MMF에 대한 장부가평가 등 시장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점이 문제"라고 지적, 금융시장 하부구조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도 함께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