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갈수록 '개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개방화 정도는 3가지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 △사람 △상품 △자본등 3가지면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느냐를 살펴본다. 현재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용하고 있는 반덤핑관세와 긴급수입제한조치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국가중 하나다. 반면 다른 국가에는 개방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야누스적인 얼굴을 하는 것이 최근 미국의 모습이다. 이번에도 이라크 전쟁과 괴질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속에서도 나라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주요 교역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요즘들어 자본의 이동에 대해서도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세제강화를 골자로 한 법인세법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소득공제규정(ESR) 개정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내 외국기업들이 본사(모기업)로부터 빌린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순익에서 공제해 주는 한도을 축소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사람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외국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 지문채취 신상정보 제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대상자의 범위를 기존 4개국에서 35개국으로 확대하는 법을 마련했다. 인권침해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이 법의 시행으로 미국을 찾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이 이처럼 개방의 문을 걸어잠그는 데에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공화당의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경상적자가 국민소득(GDP)의 5%를 넘어선 데다 테러와 전쟁 우려가 계속 제기됨에 따라 자국 시장과 국민을 보호할 필요성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현재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이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경제는 현재 세계소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세계 수입창고로서 각국 경제의 완충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미국경기 모습에 의해 세계경기의 진폭과 주기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투자자금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유입된 상태다. 특히 포트폴리오 자금의 미국에 대한 투자비중은 훨씬 더 높다. 또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세계최대 이민유입국으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 '꿈과 이상(American Dream)'을 심어줬던 국가다. 이런 미국이 개방의 문을 닫을 경우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 일단 미국이 세계 제일의 수입창고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상품거래 통제로 세계무역 증가율이 1% 줄어들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0.25% 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의 통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모건스탠리는 미국내 자본의 이탈로 미 달러화 가치가 20% 떨어질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은 최소 0.5∼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바로 이것이 빈곤문제와 함께 글로벌화의 단점이기도 하다. 갈수록 힘을 얻는 반세계화 단체들이 최근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운동의 방향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세계공동 발전과 인류공영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의 역할이다. 각국간의 공조체제도 강화돼야 이라크전쟁 과 괴질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들 문제도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