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의류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소비재를 중심으로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부유층이 주로 찾는 최고급 제품은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는 반면 서민층이 애용하는 중가 제품은 예년보다 약간 감소하거나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신 쓸 만한 저가 제품을 찾는 알뜰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가전 = 가전제품의 경우 고가의 디지털TV와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이 눈에 띄게 판매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TV, 세탁기, 청소기 등을 중심으로 일부 중저가 제품도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05930]의 '파브', LG전자[66570] '엑스캔버스' 등 40인치 이상 대형디지털TV의 올 1분기 국내 판매대수는 5만5천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만5천대에 비해 1만대 이상 증가했으며, 금액 기준으로도 300억원 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드럼세탁기의 경우 지난해 1만대 정도였던 시장규모가 올들어 8만5천대로 확대됐고, 양문형 냉장고도 작년과 비슷한 11만대 가량의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냉장고의 고급화 및 대형화 트렌드를 이어갔다. 이에 반해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비가 중저가 제품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10만원대인 LG전자의 침구전용 진동청소기, '통도리'세탁기(40만원대), 삼성전자의 29인치 평면TV(70만원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실속형 전자레인지(10만원대), 25인치 아날로그 평면TV(30만원대) 등의 판매호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경기와 상관 없이 오히려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중저가 제품은 전반적 수요 감소 속에서도 기능이 우수한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 고급품의 판매 호조는 자동차도 마찬가지. 지난달 중형차와 대형차판매는 2월보다 각각 8.7%와 6.0% 늘었고 레저용 차량(RV)도 전월에 비해 6.0% 판매신장을 보였다. 특히 기아차가 지난달 13일 출시한 오피러스는 3월말 현재 올해 판매목표(3만5천대)의 20%에 달하는 7천대가 예약판매됐다. 고가 수입차 판매도 호조를 보여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지난달 중순 내놓은 6천만원이 넘는 럭셔리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RX330은 출시 보름여만에 60대가 판매됐고 계약물량도 101대에 달해 올 판매목표 20%를 달성했다. 지난달 말 출시된 포르쉐 SUV 카이엔 고급형(1억7천160만원)은 이미 올해 판매목표를 초과했다. 경기침체에 고유가가 겹치면서 경차 판매도 증가세를 보여 지난달 전체 승용차내수 판매량이 9만9천195대로 전월보다 6.7% 늘어난 가운데 경차 판매는 4천808대로29.6%나 증가했다. 차종별로는 GM대우차의 마티즈가 3천766대로 29.3% 증가했고 기아차 비스토도 1천42대가 팔려 30.7%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서민들의 차 구입시기가 억제되고 있는데다 서민용 차량 수요 중 상당 부분이 경차로 옮겨가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판매위축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반떼와 라세티, SM3, 스펙트라 등 준중형차의 경우 지난달 1만7천962대가 팔려 전월 대비 판매 증가율이 3.9%에 그쳤고 클릭과 칼로스, 리오, 베르나 등 소형차는 5천861대가 팔려 전월과 비슷했다. ◆의류 = 제일모직의 중고가 브랜드인 로가디스와 갤럭시는 지난달 매출이 각각161억원, 17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5%와 5.7% 감소했다. 2월까지만 해도 두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유지했던 비슷한 가격대의 엘지패션마에스트로도 지난달 판매는 작년보다 1.3%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이들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제일모직의 지방시는 캐주얼 의류의 비중을 높이는 등 회사측의 고객층 다양화 전략에 힘입어 전년 대비 61% 성장한 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저가 브랜드에 속하는 이랜드의 캐주얼의류 언더우드도 3월 매출이 지난해보다15% 성장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