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내놓은 신용카드사와 투신사 유동성 정상화 대책에는 얼어붙은 자금시장을 풀어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투신권이 보유한 카드채중 5조6천억원어치를 은행 보험사가 사들이고 나머지 카드채는 만기를 연장시킨 조치는 자금 흐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시에선 5조6천억원 규모의 카드채 매입으로 거래정상화가 이뤄질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부호를 내걸고 있다.


카드채 기간 조정시 어떤 수준의 금리로, 얼마나 길게 연장해 주느냐 등의 문제도 남아 있다.



◆ 5조6천억원 어떻게 조성되나


은행권에서는 투신권의 카드채 매입 대금인 브리지론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별로 카드채 보유비율에 따라 분배비율이 결정될 것"이라며 "투신에서 이탈한 돈이 은행권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은행권이 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은행 3조8천억원, 보험 1조5천억원, 증권 3천억원 등 5조6천억원의 카드채 매입 자금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3조8천억원으로 뮤추얼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카드채를 사들일 계획이다.



◆ 카드채 거래 숨통 트일까


이 규모의 돈으로 4∼6월중 만기가 도래하는 투신권 보유 카드채(10조4천억원)의 절반 정도를 사들이면 카드채 거래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경업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브리지론은 사실상 채권안정기금 성격을 띠며 다음주부터 카드채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시장도 정부대책을 금융권이 제대로 이행하느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겠지만 카드채 매입이 시작되면 우량 카드채 위주로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환매사태 진정 여부가 관건


투신권은 카드채를 팔아 들어오는 자금을 MMF 환매를 요청하는 투자자에게 우선 지급할 방침이다.


투신권 수탁고가 최근 27조원이나 줄어들어 추가 환매자금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투신 수탁고가 늘어나야 채권 매수 여력이 생기고 그결과 자금시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매사태 진정 여부가 시장 정상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매입가격.만기연장 조건 논란


은행 보험 투신 등이 카드채 만기를 어느 수준의 금리로 얼마나 오랫동안 연장해 주느냐가 문제다.


이를 둘러싸고 카드사와 금융회사간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카드사의 모럴해저드를 없애기 위해 만기 연장 조건을 카드사에 유리하게 해주되 하반기 이후 경영실적이 개선돼 이익이 나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산금리로 얹어준다는 조건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투신사 사장단 회의에서 프랭클린템플턴 투신운용 등 일부 외국계 투신이 카드채 만기연장을 거부했다.


템플턴 투신측은 카드채 만기에 맞춰 MMF를 환매해 가도록 고객에게 이미 통보한 상태여서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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