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현지시간으로 1일 발표한 한국산 D램에 대한 상계관세 예비판정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금융지원에 관한 한제소자 입장을 `모조리' 수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판단이 굳어질 경우,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일부 산업에서 이뤄진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미국측이 걸고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지원은 모두 보조금 = 이번 예비판정은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지원과 하이닉스, 삼성전자에 대한 조세.정책자금 지원 등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세.정책자금의 경우 수출손실준비금, 생산성향상 투자세액공제, 인적자원투자세액공제, 산업기술개발기금, 관세환급제도, 수출보험, 전기료할인, 연구개발 프로그램 등 방대한 항목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제소에서 지적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보조금 예비판정이 내려진 것은 임시투자세액공제와 G7프로젝트 등 두가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임시투자세액공제에서 0.15%, G7에서 0.01%등 모두 0.16%의 보조금률이 나온 것이다. 물론 하이닉스도 G7에서 0.14%가 나왔다. 가장 큰 것은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지원 부분으로, 미국측은 여기서만 하이닉스에 대해 56%가 넘는 보조금률을 매겼다. 2000년 12월의 신디케이트론, 수출환어음(DA)한도 확대, 산업은행 회사채신속인 수제도, 2001년 2월 전환사태(CB) 인수와 채무만기연장 등 1차 금융지원, 2001년 4월의 신규대출과 출자전환 등 2차 금융지원 등 마이크론의 제소내용을 모두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쟁점은 금융지원에 정부가 개입했는지 여부였지만 미국은 상업은행도 사실상 정부의 지배아래 있는 것으로 간주해 버렸다. 미국은 산업은행에 대해 정부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물론, 금융개혁과정에서 공적자금을 통해 생긴 상업은행의 정부 지분도 정부 개입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이닉스 등 현대그룹에 특정적 신용지원이 있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 "개입 전혀없었다" = 우리 정부 입장은 초지일관이다.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은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우리은행 등 상업은행의 정부 지배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총리 훈령을 통해 정부의 불간섭 원칙을 법제화했다고 맞서고 있다. 또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 지분은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생긴 필연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 경영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신디케이트론에는 국내 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도 상업적 판단에 따라 가세했고, 다른 금융프로그램에도 외국계 자문사들이 참여한 점은 정부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민간자율협의체인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의해 워크아웃 제도가 시행된 점을 강조, 미국의 판단이 IMF 규범과 충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도 98년까지는 제조업에 한정했지만 99년부터 상당수의 산업으로 확대한 만큼 특정성이 없다고 우리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 판단대로라면 D램 상계관세 사례가 국내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 뒤 "최종판정이 나오기까지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