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생존 몸부림이 불법을 부추겼다?' 검찰의 공적자금 비리 수사로 드러난 부실기업주들의 비리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인다. 고병우 전 동아건설의 경우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박영일 전 대농그룹회장과 박건배 전 해태그룹회장은 분식회계 등을 저질렀다. 도덕적으로 당연히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이같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모 변호사는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은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하지 않았으며 단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욕이 지나쳐 생긴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고 전 회장은 정부에서 파견된 관리인으로 동아건설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썼다"며 "그러나 회사안에 자신을 도우려는 사람이 없는 데다 정부의 지원마저 어려워지자 정치권에 안면을 트는 과정에서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건설 관계자도 "고 전 회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겠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검찰은 동아건설의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아 겨우 연명해가는 상황에서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썼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판단했다. 대농그룹도 지난 90년부터 국제 면방업계의 불황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살리려는 일념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박 전 회장은 회사돈으로 주식을 사들여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주가폭락으로 회사의 부도를 초래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만 잘 넘기면 경영을 정상화로 이끌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약간의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융회사들도 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공개된 재무제표만으로 평가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후수단을 동원해 기업을 살리려던 부실기업주들이 법의 심판대에서 어떻게 정상참작을 받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