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로 인해 최대수출국인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지사나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기업은 직원들의 감염을 우려해 중국 동남아 출장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다. 해당지역 주재원을 철수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중국 진출로 국내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벤처.중소기업도 괴질이 수그러질 때까지 중국 입성 계획을 연기했다. 미-이라크전쟁등으로 인한 불황을 중국수요로 근근이 버텨온 항공사와 여행업계는 '치명타'를 맞았다. 아시아나항공 손두형 상무는 "중화권 노선은 연평균 30% 이상 수송객이 늘어나고 있는 황금노선인데 '괴질'이라는 복병을 만나 탑승률이 10% 이상 감소하고 있다"며 "이라크전쟁에 의한 피해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 중국 출장 금지령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출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성금형 김원묵 사장은 당초 오는 7일 중국 셴양공장에 들를 계획이었지만 괴질이 베이징까지 번졌다는 소식을 듣고 출장일정 연기를 생각중이다. 그는 "중국 남부인 광저우와 심천, 광둥성에 있는 한국인 지인들은 괴질이 발생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더라"고 의아해 하면서도 "근로자 한명이라도 감염되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만큼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 마케팅부 소속 직원 2명은 오는 7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신발피혁전시회에 참가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주최측이 괴질 피해를 우려해 행사를 6월달로 연기했기 때문. 이에 따라 이 행사에 참가해 바이어를 유치할 예정이었던 부산 신발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 포스코 LG화학 등 대기업은 이미 중화권 출장을 제한하고 주재원 철수를 검토하는 등 괴질 긴급 경계령을 발동했다. ◆ 중국 여행 예약 취소 90%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로 여행을 하려던 관광객들이 잇따라 여행계획을 취소하면서 해외여행객이 80% 이상 감소했다. 서울의 A여행사 관계자는 "괴질 발병률이 높은 중국 광둥성과 홍콩의 경우 예약 취소율이 90%에 달하고 중국과 동남아 지역도 50%에 육박해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항공사의 경우 비즈니스 승객과 여행객이 모두 격감해 최악의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평균 70% 이상을 기록하던 중국노선 탑승률이 지난 3월엔 66%로 주저앉았다. 4월 예약률의 경우 중국노선은 67%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빠졌다.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도 작년보다 18%포인트 줄어든 83%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이종욱 차장은 "국가에서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데 누가 해외로 나가려고 하겠느냐"며 "경기침체, 이라크전쟁에다 괴질까지 악재가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중화권 탑승률이 10% 가량 감소했다. 아시아나 손 상무는 "중국 노선중 구이린 시안 충칭행 여객기는 잠정 운항중단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