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4월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박 총재는 지난해 3% 이내의 물가안정을 이루는 등 비교적 무난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행동보다 말이 앞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한은의 고유업무인 금리정책에서 실기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 업무수행은 'B학점' 수준 박 총재는 국내 경기호조 등 비교적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성장률 6.3%, 소비자물가 상승률 2.7%, 경상수지 6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등 드러난 성적은 비교적 양호했다. 박 총재는 올들어 국가 위험도가 높아지고 SK글로벌 사태로 시장이 불안할 때 외환.채권시장에 신속.적절히 개입해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취임 일성으로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하라"고 했다가 지난해 5월 한 차례 금리인상(연 4.0%→4.25%) 뒤 10개월째 손도 못대 한은 내부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 올해가 시험대 박 총재는 올들어 경기침체 속에 이라크전이 터졌지만 금리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데 고민이 있다. 지난달만 해도 그는 "금리인하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혔다.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절하)을 밀고나가다 '너무 앞서간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때문에 한때 경질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한은 독립성과 임기 보장)에 눌려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올해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박 총재는 '능력'을 시험받는 취임 2년차를 맞게 됐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