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항공업계에 '파산 도미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안항공이 이라크전쟁 발발직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세계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도 파산보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엔 유나이티드항공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유럽 및 아시아지역 항공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승객감소 및 고유가라는 이중악재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 승객은 급감-적자는 '눈덩이' 세계 항공업계가 '파산 도미노'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은 지난 2001년 9.11테러이후 실적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세계 항공업계의 적자누적액은 무려 3백억달러(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연합(IATA)은 이라크전쟁에 따른 추가적자액만도 1백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적악화의 '주범'은 테러공포에 따른 승객 급감 및 고유가다. 9.11테러 이후 추가테러 공포등으로 인해 항공편 이용승객이 평균 20%정도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세계경기 둔화도 항공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크게 출렁대고 있다. 현 유가수준(WTI 기준 배럴당 30달러선)은 지난해 연초대비 50% 이상 높다. 항공업계가 9.11테러이후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엄청난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 대대적 구조조정 불가피 미국 항공사들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라크전쟁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반미 정서는 '9.11테러'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미 항공업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지난해말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2위인 유나이티드항공은 한달동안 주가가 1달러를 밑돌아 28일 상장이 취소되는 수모를 당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8일 AMR 델타항공 노스웨스트항공 컨티넨탈항공의 신용을 일제히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한 것도 이런 우려감의 반영이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미 항공업계는 정부에 긴급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미 항공사들에 비해 '전쟁충격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강할 것으로 분석되는 유럽 및 아시아 항공사들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루트프한자는 올들어 노선감축을 통해 항공기 31대를 운항중지시켰고, 브리티시항공도 4∼5월 노선을 4% 줄였다. 코메르츠방크 연구원 도미닉 에드리지는 "유럽 항공사의 경우 최대 수입원인 북미시장 위축이 큰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은 최근 괴질여파로 탑승률이 급감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곳으로 손꼽혀온 호주 콴타스도 실적부진을 이유로 '항공노선 20% 감축'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9.11이후 몰아쳤던 대규모 구조조정이 또 한차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