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청소년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재 개발과 교사에 대한 재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국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경제과목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며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역량도 생생한 경제지식을 전달하기에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교육학회(회장 김재원 한양대 교수)가 지난 28,29일 이틀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공동 주최한 '한.일 공동 경제교육 컨퍼런스'에서는 위기에 처한 한.일 양국의 경제교육 현실과 향후 개선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 내용을 요약한다. [ 참석자 ] 김재원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양대학교 디지털경제학부 교수.사회) 문승래 교수(순천향대학교 경제금융학부) 박희종 교수(명지대 금융지식연구소장) 박형준 교수(성신여대 사회교육과) 손정식 교수(한양대학교 경제학부) 아사노 다다요시 교수(일본 야마무라 가쿠엔대) 야마네 에이지 교수(일본 미에대) 아라이 아키라 교사(일본 도쿄 구니타치고등학교) ---------------------------------------------------------------- ▲ 김재원 교수 (사회) =지난해 한국 일본 미국에서 각각 실시한 '청소년 경제력 이해도 테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평균 59.6점(1백점 만점)을 받은 반면 한국은 이보다 낮은 55.7점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최하위인 52.1점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의 경제이해도가 미국에 비해 떨어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아사노 다다요시 교수 =일본의 경제교육 현실은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경제교육 현실에 대해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일본은 교실(학습환경)만 한국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조차 경제감각이 희박하다. 지난해 고등학생에게 실시한 테스트를 대학생에게도 똑같이 풀어보게 했더니 58.1점이라는 부끄러운 결과가 나왔다. ▲ 야마네 에이지 교수 =그동안 일본 경제학계가 마르크스 경제학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는 것도 청소년들의 경제 이해도가 떨어지게 된 한 원인이다. 지금 일본 중.고교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 가운데 상당수가 대학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이다. 90년대 들어 이같은 현상이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 ▲ 박형준 교수 =이번 테스트는 미국식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출제된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미국 학생들에게 유리한 시험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우리의 경제교육 현실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교육에 관한 한 교사의 수준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현재 한국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대학에서 경제과목을 겨우 1과목 정도 수강하며 사범대학을 졸업한 중.고교 교사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아라이 아키라 교사 =교사의 자질도 문제지만 일본에서 더욱 우려하고 있는 현상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아이들이 많다. 경제과목은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아이들에게 경제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 사회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상당히 왜곡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50%의 학생들이 '사회 기여'라고 답할 정도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손정식 교수 =지난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나타난 기업가의 모습을 분석한 적이 있다. 현재 국어교과서에는 기업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고용이나 소득을 창출하는 얘기는 없고 온통 자선을 베푸는 모습만 그려져 있었다. 교과서에 나타난 기업가들의 이런 묘사를 볼 때 기업의 생산적 역할이 간과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박희종 교수 =현재의 경제교과과정이 기업가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에 동감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확대되면서 실업이나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한 점도 청소년들의 경제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 사회 =앞으로 한.일 양국의 경제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문승래 교수 =우선 '균형잡힌 교육'을 실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서 기업에 대해 설명할 때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과 경영의 불투명성 등 부정적인 측면을 골고루 다뤄야 한다. ▲ 아라이 교사 =일본에서는 요즘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한 경제교육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도쿄증권거래소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이 협력해서 만든 주식게임이다. 한국도 이같은 방식의 교육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박희종 교수 =우리나라 교육은 경제학 지식과 개념만을 이해시키는데 치우쳐 있다. 경제학보다는 실제적인 경제생활교육을 어떻게 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박형준 교수 =최근 들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현실 경제문제를 접목시킨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현실경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교사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교육과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