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경기지원적인 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장기추세선을 향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제거돼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여전해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다." 워싱턴의 보수적 경제싱크탱크인 AEI( 미국기업연구소)는 지난 28일 "이라크 전쟁의 파급효과"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으나,전문가들간의 분석은 이처럼 엇갈렸다. ................................................................... 낙관론 - 케빈 해시트 < AEI 연구원 > 이라크 전쟁의 파급효과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기업투자의 장기추세선과 실제 기업투자와의 괴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년 간 기업들의 투자가 저조했던 것은 2000년까지 이뤄진 과잉투자 때문이다. 투자가 저조했던 이유를 유가상승이나 전쟁 불안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지난 2년 간은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기업들의 실제 투자실적은 장기 투자추세선 밑에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장기추세선을 향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분기에는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된다. 전쟁 양상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 경제성장률은 하반기에는 4% 정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재정 및 금융정책 차원에서도 1차 걸프전 때와 이번 전쟁은 다르다. 지금이 과거보다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편이다. 1차 걸프전 직전과 직후인 1990년과 1993년에는 세금을 올리고 소비를 줄이는 재정긴축의 시기였다. 전쟁이 길어지고 미군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경제환경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정이나 금융면에서 추가적으로 성장지원 정책을 쓸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비관론 - 마이클 프렐 < 前 FBI 국장 > 향후 경제전망을 조금 비관적인 쪽에서 얘기하고 싶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 전망은 다음 6가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첫째 사담 후세인이 사라지더라도 지정학적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군이 단기간에 깨끗히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둘째 유가의 전쟁 프리미엄이 여전하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빗나갔다. 세째 지정학적 불안감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업들은 지난 1990년대의 투자실패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호되게 당했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사베인 옥슬리" 법안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소비자들은 지정학적 불안감을 의식해 소비를 줄여온데다 이라크 전쟁이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소비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다섯째 주 정부들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소비를 줄이고 세금을 늘려야만 할 형편이다. FRB는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 경기 자극을 위한 추가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담을 받을 것이다. 비(非) 전통적인 금융정책을 동원해야 할지 모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