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 억만장자로 영국 최고급 백화점의대명사인 해러즈 백화점의 소유주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상류사회의 박대에 시달리다 마침내 영국을 등지기로 결심했다. 알 파예드는 29일 성명을 통해 지난 35년간의 영국 생활을 접고 스위스 제네바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 도디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나에 대한 영국 지배층의 공격이 심해졌다"면서 "아쉽지만 이제 가족들을 위해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알 파예드는 1985년 해러즈백화점을 인수하며 영국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영국 정부의 지속적인 거부로 지금까지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게다가 1997년 9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자동차에 그의 아들도디가 동승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왕실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알 파예드는 이후 영국 왕실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염문설이 나돌던 아들 도디와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 파예드는 성명에서 "이 나라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떠난다"면서 "긴 세월동안 이 나라의 경제와 인프라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지배층의 핍박을 피할 수 없었다"고 소회를 나타냈다. 부동산.해운.은행.출판.호텔 등 다양한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알 파예드는 최근 해러즈백화점의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세무당국과 갈등을 빚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영국 왕실의 어용(御用)상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해러즈백화점은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직후인 2000년 왕실과의 거래관계를 끊고 80여년간 사용해온왕실 품질인증 문장(紋章)을 철거한 바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