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는 이라크 전쟁이 설사 미국이 바라는대로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조만간 이렇다할 회복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역내 전문가들이 25일 일제히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의 페트로 솔베스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의 단기 경제전망이썩 좋지 않다"면서 무역 둔화, 고유가, 3년여의 증시 소요, 그리고 투자 위축을 이유로 설명했다. 그는 실업률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유가 강세가 잘못하면 올하반기까지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솔베스는 "최근의 지표들이 유로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면서 소비자신뢰가약화되고 있으며 기업 신뢰 역시 호조될 기미가 없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EU의 지난해 4.4분기 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수출도 줄어들어 내수에 크게 기댈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최근에는 고용사정까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솔베스는 역내 실업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상승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솔베스는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유가에 자극받은 인플레가 올하반기 이전에는 해소되기 힘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유럽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는 빠져들지 않을지 모르나 단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어둡다는데 입을 모았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앤 보뒤 연구원은 "전쟁이 미국의 바람대로 단기간에 가장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따라서 "유럽 경제가 적어도 올해는 약세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그렇다고 본격적인 침체에는 빠져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모건 스탠리의 에릭 채니 연구원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제거된다고 해서 (이라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펀드 매니지먼트 그룹인 CPR-AM의 리서치 책임자 필리페 웨베르는 "전쟁이 시작된지 채 한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이다 혹은 최악이다 하며 시나리오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의 장-크로드 트리셰 총재는 프랑스 동부 낭트시에서 열린 회동에 참석해 "유로권 회복이 늦어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면서 그러나 "전쟁을 빌미로 유로국들이 재정 목표치를 완화하려는 유혹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수록 재정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로 출범의 기반이 된 지난 97년의 유럽성장안정협약은 유로국이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밑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브뤼셀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