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개전 이후 국제유가가 전황(戰況)에 따라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정부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산자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쟁 시작 1주일 전부터 약세를 보인 국제유가는 개전 직전부터 급락하기 시작, 지난 주말까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이번 주 들어 다시 수직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수급상황을 시시각각으로 점검하는 한편 만일의 상황에 대비, 수급조정명령과 석유배급제, 제한송전 등을 망라하고 있는 수급대책 재점검에 들어갔다. ◆유가 10여일만에 수직상승 = 작년 12월초 이라크전을 둘러싼 긴장감과 베네수엘라 석유노조 파업에 따라 본격화된 고유가현상은 개전시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3월초순까지 기세가 꺾일 줄을 몰랐다. 실제 두바이유의 월 평균 가격은 작년 11월 23.31달러에서 12월 25.74달러, 1월28.03달러, 2월 30.03달러로 달이 바뀔 때마다 2달러 이상씩 올랐다. 그러나 지난 10일 30.89달러, 13일에 30.39달러였지만, 14일(29.54달러)에 29달러대로, 17일(28.15달러)에 28달러대로 각각 떨어진 뒤 18일 25.99달러, 19일 25.58달러 등으로 26달러선까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또 미.영 연합군이 대규모 공습과 함께 지상군 투입으로 파죽지세로 북상하자 단기전 관측이 나오면서 20일 24.83달러, 21일 23.74달러로 각각 하락, 작년 연평균가격인 23.81달러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서면서 이라크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연합군의 기세가 주춤하자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지난 12일 37.7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현물가격은 13일 36.17달러, 14일 35.39달러, 17일 34.94달러, 18일 31.50달러, 19일 29.59달러, 21일 27.52달러까지 하락했지만, 금주 첫날인 24일에는 29.73달러까지 반등한 것이다. 24일 하루의 반등폭은 무려 2.21달러에 달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향후 유가는 전쟁상황에 따라 예민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 기조가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에너지당국 수급에 만전 = 정부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인접국인 쿠웨이트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유전이 피해를 입을 경우, 또는 수송로가 봉쇄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수송이나 유전파괴에 따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금주들어 유가가 급반등했듯이 전쟁의 장기화 여부가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대책반을 통해 석유, 가스, 전력 등 에너지원별 수급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전쟁상황 시나리오별 조치계획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다. 전쟁 초기단계에 가격이 급등하면 유가 상황에 따라 석유제품에 대한 특소세와 교통세 등을 단계적으로 내리는 추가적인 석유가격 안정화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지적인 수급차질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지역난방을 제한공급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 대해 전력 직접부하제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재기나 부당한 가격인상 등 수급교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지역에 따라 수급차질이 생길 경우 국지적인 수급조정명령권을 발동키로 했다. 정부는 전면적인 수급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정부 및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를 방출하고 유가완충자금 집행을 통해 최고가격고시제를 실시하는 한편 전면적인 수급조정명령권을 발동하고 석유배급제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전력공급을 제한하는 제한송전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 및 민간의 석유비축량은 95일치에 해당하는 1억3천586만배럴에 달하며, 유가완충자금은 4천937억원이 예치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