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발발 1주일이 되면서 개전이후 수출차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어와의 연락두절로 수출대금 회수가 늦어지거나 선적이 중단되면서 중동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 신고가 갈수록 늘고 있고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인해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바이어들의 국내 방문도 위축돼 향후 수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차질 가시화 = 중동지역 수출업체들을 상대로 수출차질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에는 지난 24일까지 이미 406건에 5천669만8천달러의 피해실적이 신고됐다. 그러나 대기업 등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만큼 수출차질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당장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해상운임을 비롯한 물류비의 상승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채산성 악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동지역 운임의 경우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1천300달러에서 1천550달러로19.2%나 이미 올랐다. 유럽지역도 유류할증료가 4월초부터 40피트짜리 컨테이너당 194달러에서 224달러로 오를 예정이어서 컨테이너 운임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해운사뿐만 아니라 항공사들도 유류할증료를 속속 인상하고 있으며 대한항공도유류할증료의 도입을 추진중이다. 바이어들의 국내 방문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오는 28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금형수출상담회에 참가가 예정됐던 70개사중 미국계 등 10여개사는 참가를 포기했다. 또 오는 4월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허브코리아' 행사에도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2개 회사가 불참의사를 통보했다. KOTRA 관계자는 "북미쪽 기업들은 이라크전 개전이후 임직원들의 출장 자체를아예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 여부가 관건 = 이라크전에 의한 수출 영향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라크전이 미국의 승리로 1∼2개월 정도의 단기간에 마무리될 경우에는 직접적인 수출 차질은 3억∼4억달러에 그치겠지만 6개월가량 끌 경우에는 중동지역 수출 차질만 15억∼1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고유가와 함께 세계 경기의 둔화로 그 영향이 대 중동 수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유가가 연평균 20% 오를 때 무역수지는 53억달러 가량 축소될 것이라는게 무역협회의 추정이다. 실제로 무역협회가 지난달 수출기업 800여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기업들이 우려하는 사항으로는 선진국 경기침체(23.7%), 채산성 악화(22.9%), 해상운임 및 보험료 인상(15.9%) 등 순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반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91년 걸프전때 전쟁이 진행된 1∼2월에는 우리의 중동수출이 월간 10∼20%가량 줄었지만 이후 전쟁으로 위축됐던 중동 각국의 국내 투자활동이 점차 회복되면서 연간으로는 26.4%가 늘었던 것으로 집계돼있다. KOTRA 관계자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에는 우리의 대응에 따라서는 수출을 늘리는 호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