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SK 사태, 눈앞에 다가온 이라크전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개발시대의 주역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위원)가 정부에 고언(苦言)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남 전 총리는 국민통합은 국가이념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하며 약자를 보호하더라도 강자의 권익을 손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17일 전경련 웹사이트(www.fki.or.kr)에 올린 글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가 명시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려면 모든 문제해결의 지향점이 국가이념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이 글에서 "국가이념이 없는 국민적 통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우리의 국가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며 이를 바탕으로 민주적 대의정치와 시장경제 체제가 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약자와 빈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지면 자유를 보장할 수 없게 되며 약자와 빈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강자와 부자의 자유와 활동을 억압하면 발전이 없어지고 기업가정신을 꺾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약자를 보호하되 강자의 권익을 손상하지 않도록 경쟁과 형평을 조화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서강대에서 가진 강의를 통해 "새 정부가 동북아 중심국가를 건설하려면 필수적으로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추진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우리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청와대 등으로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에도 경제자문위원회(CEA)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국회에 연례보고서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전 총리는 이어 "전세계 물류중심 국가들의 특징 중 하나는 노사 갈등이 없다는 점"이라며 "아시아국가중 노사 화합이 가장 열악한 한국이 아시아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부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역할을 해야 한다"며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이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