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철이 따로 없다지만 그래도 봄은 신혼의 계절이다. 첨단 정보화시대라고 해도 예비신부들에게 혼수 장만은 보통 큰 일이 아니다. 가전품과 가구 예단은 물론 식기 고르기까지 만만한 건 하나도 없다. 가격과 디자인 쓸모 취향까지 모두 고려하다 보면 결정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고 기껏 사고 나면 다른게 더 좋아 보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그릇 또한 종류와 가격 모두 천차만별이다. 혼수용으론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 등 국내 유명사의 홈세트가 가장 많이 나와 있지만 백자나 청자 분청 등으로 만든 전통도자기 반상기, 유럽산 디너세트 등도 눈길을 끈다. 10만원대 5인용 홈세트(36ps)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가 하면 1천만원짜리 커피잔 세트(6개)도 있다. 모양도 둥근 것 일색이던 예전과 달리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팔각형 등 다양하고, 무늬도 나뭇잎과 꽃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것까지 가지가지다. 혼수품으로 널리 쓰이는 국산 홈세트엔 5인용(34~36ps), 6인용(54ps), 8인용(72ps) 등이 있다. 주종인 6인용은 보통 공기와 대접 각 8개, 합 2개(4ps), 대.중.소 접시와 중.소 찬기(옴폭한 것이나 굽 달린 것) 각 6개, 스프 및 디너 접시 각 2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제품에 따라 30만~60만원대까지 폭이 넓은데 같은 제품이라도 직영점이나 할인점, 서울 남대문 대도상가 같은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백화점보다 한결 싸게 살 수 있다. 한국도자기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과 서대문구 연희동.아현동 등 전국 곳곳에 직영점을 두고 있는데 자사 신제품은 물론 테팔 프라이팬과 신라명품 은수저 등도 10~20% 할인 판매한다. 올봄엔 특히 창립 60주년을 맞아 23일까지 남대문 패션몰 메사를 비롯 직영점에서 전제품을 30~50% 할인해 주고, 시부모용 칠첩반상기와 홈세트를 함께 구입하면 할인가에서 10%를 더 깎아준다. 행남자기의 경우 진태옥 지춘희 이광희씨 등 국내 톱 패션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제품을 내놓고 17일까지 서울 강남 학동 본사매장 2층에서 신상품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결혼시즌을 맞아 홈세트를 사면 은수저 등 사은품을 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식구가 많거나 손님 접대가 잦은 가정이라면 홈세트를 사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평소 사용하는 접시는 10개를 넘지 않고, 손님을 치를 때도 크기가 다른 접시보다 같은 크기의 접시가 여러 개 필요할 때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신혼살림이라면 꼭 홈세트를 구입하는 것보다 중소형 접시나 집들이 손님을 위한 뷔페접시를 넉넉히 사고 길쭉한 생선용 접시와 냉면기 등을 장만하는 쪽이 실용적이다. 여유가 있다면 평소 자주 사용하는 찬기와 접시는 실용적인 것, 과일이나 케익 접시 와인잔 설탕.프림통 부부커피잔 등 접대용이나 분위기용은 다소 개성있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월의 신부라면 여름용 유리 접시를 곁들이는 것도 센스다. 로열 코펜하겐, 로젠탈, 앤슬리, 웨지우드 등의 도자기제품과 리델, 바카라의 와인잔 같은 수입품은 21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백화점의 브랜드 세일 및 4월1~13일의 정기세일을 이용하면 평소보다 싼값에 구할 수 있다. 남대문 수입품상가에 가면 유럽산 커피잔이나 일제 홍차잔 등을 백화점보다 20% 가량 싸게 구입하는게 가능하고, 종로구 인사동에선 현대감각이 가미된 전통도자기를 마련할 수 있다. 외국산 디너세트 역시 모양만 보고 사면 진열용이 되는 수가 많으므로 꼭 필요한 것만 낱개로 사는게 낫다. 그릇에도 유행이 있지만 유행보다는 취향과 실용성을 고려하는게 우선이다. 그릇이든 커피잔이든 테두리에 금.은박을 입힌 건 제아무리 좋은 제품도 벗겨진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자주 쓸 그릇이라면 레인지에 넣어도 괜찮은지 따지는 것도 필수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