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터져도 역내 유전이 크게 손상되지 않고 단기간에 작전이 완료될 경우 유가가 크게 떨어져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런던의 석유시장 전문가들이 14일 일제히 전망했다. 이들은 이라크전 타격이 크지 않을 경우 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낮은 배럴당 25-28달러(뉴욕시장 거래 서부텍사스경질유 기준)까지 곧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부텍사스경질유는 현재 근 3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장기화되면서 인접국으로 확산되거나 전쟁으로 유전이 크게 파손되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 유가가 50-6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가 전후 순조로울 경우 산유량이 하루 최고 1천만배럴까지 증가해 석유공급시장의 판도를 바꾸면서 `새로운 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이라크 고위 인사의 발언도 나와 눈길을 끈다. 유엔의 통제를 받는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석유매장량(확인분 기준)을 가졌으며 현 산유량은 하루 200만배럴 가량이다. 스코틀랜드 소재 ING 파이낸셜 마켓의 앵거스 맥파일 연구원은 "과거의 예를 보면 (걸프) 전쟁이 터지면 유가가 하루만에 배럴당 5-7달러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단베네수엘라가 총파업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처럼 산유량을 늘리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다른 산유국들도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한다는 전제가 붙는다고말했다. 맥파일은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이라크전이 무난히 끝날 경우 평균 18.5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의 에너지 전문가 매튜 코르다로도 "전쟁이 터진 후 며칠안에 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25-28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지난 91년 1월 걸프전이 터졌을 때 유가가 하루만에 10.90달러 떨어져 배럴당 21.30달러에 거래됐음을 상기시켰다. 코르다로는 미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경우 유가가 2달러 가량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6억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를 `심각한 수급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만 풀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해왔다. 런던 소재 도이체방크의 석유가격 전문가 애덤 시민스키는 "부시 대통령이 2004년 선거를 의식해 이라크전이 터질 경우 전략비축유를 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을 경우 유가 향방을 점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발생시 석유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런던 소재 증권회사 GNI 맨 파이낸셜의 롭 로흘린 사장은 "이라크전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이것이 아랍권의 `석유 무기화'로 이어지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치솟는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낸 셰이크 자키 야마니도 14일 런던에서 열린 석유업계 세미나에 참석해 "쿠웨이트와 사우디로부터 공급되는 원유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가 5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쟁이 단기간에끝날 경우 배럴당 25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라크 석유부와 OPEC의 고위 간부를 지낸 후 석유관련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파드힐 차랄비도 세미나에서 "전쟁 후 이라크 석유산업이 순조롭게 발전하면석유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전쟁 후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석유부문을 본격 개발하면 궁극적으로 산유량이 하루 800만배럴, 많게는 1천만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새로운 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현 산유 능력은 하루 근 800만배럴 수준이다. 차랄비는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면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크게 낮은 중동 지역으로 생산이 몰리는 새로운 추세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라크 석유산업이 장기간 국유화돼왔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이제는 석유 국유화 시대가 끝났다"고 강조했다. (런던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