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연임을 포기,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 회장은 연임 포기의 변으로 "포스코의 진정한 도약과 발전을 바라는 스스로의 충정에서 결심했으며 차기 경영진이 회사를 더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고 밝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결단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달 18일 이사회에서 유 회장이 이사후보로 재추천된 시점부터 각종 투서와 유무형의 사퇴압력이 끊이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주주총회 하루전 이러한 결심을 한 배경이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주의 뜻에 의해 최고경영자를 선임해 명실상부한 민영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던 포스코 임직원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정황 때문이다. ◆이사후보 재추천부터 용퇴까지 = 지난 달 초 미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한 경영설명회에서 유 회장 연임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파악되면서 그의 연임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주주를 대표하는 새무얼 슈발리에 사외이사가 유 회장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함에 따라 연임이 유력해 보였으나 2월18일 이사회를 전후해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사회를 앞두고 정부 관료가 이사회 연기와 유 회장 용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사회에서 유 회장을 이사후보로 재추천하자마자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앞선 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회장제 '옥상옥'(屋上屋) 발언과 기업은행장의 반대의사 표명은 유 회장 용퇴를 공개적으로 종용하는 사례였다. 회사 안팎에서 각종 구설에 시달리면서도 유 회장은 "원칙대로 주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주주총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그의 연임에 찬성하자 다시 연임쪽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유 회장은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회사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 결국 주총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다. 비록 유 회장이 스스로 결단을 내린 모양새를 갖추기는 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새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한 `신(新) 관치'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경영체제 어떻게 되나= 회장제 옥상옥 시비와 관련, 유 회장이 물러난 이후 포스코의 경영체제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회장제 설치 근거가 정관에 있기 때문에 정관을 바꾸지 않고는 당장 회장제를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이번 주총에는 이같은 내용의 정관변경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결국 당분간 회장제는 존속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포스코가 1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도 회장 없이 대표이사 사장만으로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회장제가 존속될 경우 `포스트 유상부'는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주총 직후 열릴 이사회에서 논의될 사항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구택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과 당분간 공석으로 놔둘 가능성 가운데 이 사장의 승진이 다소 유력해 보인다. 회장을 비워놓으면 외부인사가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생기는 데다 이 사장이 유회장 밑에서 4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철강 전문가로서 포스코를 이끌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유 회장 재임 5년간의 공과 =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김만제 회장 후임으로 박태준 명예회장에 의해 발탁된 유상부 회장은 5년간의 재임기간에 6시그마 등 업무혁신(PI)을 통한 경영 투명성 및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에 젖었던 일부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제품 납기일 단축, 전략제품 육성, 선진 철강사와의 전략제휴 체결, 월별 영업실적 공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경영혁신과 때마침 찾아온 세계 철강경기 호황에 힘입어 포스코는 작년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고 올 들어서도 1~2월 연속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하는 등 객관적 경영평가로는 유 회장 연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작년 5월 타이거풀스 스캔들을 전환점으로 이미지에 흠이 갔으며 특히 이사건을 계기로 박 명예회장과도 완전히 갈라서 회사 안팎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