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전쟁이 터져 사담 후세인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집권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 반정 세력은 전후의 석유 계약에서 미국과 영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포진하고 있는 이들 세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및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회사들과 이미 몇달 전부터 비공식 접촉을 가져왔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의 언급은 이라크 석유산업과 관련한 계약 문제가 결코 협의된 적이 없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대량무기 폐기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는 하나 실상은 이라크 석유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반후세인 세력인 쿠르드민주당(KDP) 관계자는 12일 이라크 반정 세력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및 사우디 석유회사들과 비공식 접촉해왔음을 확인했다. 친미 계열의 또다른 반정 세력인 이라크국민회의(INC) 관계자도 "몇달째 (외국석유회사들과) 협상해왔다"면서 "물론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으나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관한) 윤곽은 잡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부시 대통령이 말로는 석유 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는 하나 누가 믿겠느냐"면서 "본인도 석유 산업가 출신이며 (백악관) 주변에 석유메이저의 이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있음"을 상기시켰다. 반정 인사들은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된 후 이라크 석유 부문의 계약이 새롭게 이뤄질 경우 미국과 영국이 가장 유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엑손모빌은 석유 채취 쪽을, 유노콜은 핵심적인 인프라 부문을 각각 맡게 될 것으로 언급됐다. 영국도 브리티시 페트롤렘(BP)과 셸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해온 러시아와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지적됐다. 반정 인사는 러시아 루코일의 경우 후세인 정권에 의해서도 계약이 무효화된 상태라면서 현재 실질적으로 "계약 대상에서 제외돼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역시 이라크 핵심 반정지도자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잘랄 탈라바니에 의해 향후 이라크와 석유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봉쇄된 상태라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프랑스의 경우 토탈피나엘프가 이라크 석유산업 진출에 주력해왔다. PUK와 KDP가 지난 91년부터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은 현재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이라크 유전의 3분의 1 가량이 위치하고 있다. 이라크는 사우디다음으로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다. (술라이마니야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