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석'이 폐지된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정책수석.경제보좌관 등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참모 3총사'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핵문제와 이라크사태 등 '외환(外患)'에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동 등 '내우(內憂)'가 겹친 경제분야에서 이들의 '소리없는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경제1분과 간사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당시 부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던 이정우 정책실장은 학자 출신이면서도 실물 현안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 주재로 매일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직제상 권오규 정책수석은 이 실장의 직속이고 조윤제 경제보좌관은 '협조 관계'에 가까웠으나, 1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실장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권 수석은 재경부 차관보와 조달청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로 서강대 교수(경제학) 출신인 조 보좌관과 팀워크를 이뤄 정책현안을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다. 권 수석은 조 보좌관과의 관계에 대해 "아래 위층에 있으면서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호흡이) 잘 맞는다"고 밝혔다. "서로 긴밀한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경제동향에 대해 가감없이 보고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 보좌관 역시 노 대통령과 대면하는 기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제와 관련해 최근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 국제금융 동향, 금융규제, 가계부채와 같은 문제를 자주 물어온다"며 "(이런 현안에 대해) 공부하고 파악해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재경부 업무보고에 이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도 이동걸(금융연구원 연구위원).정태인 전 인수위원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이들을 소개하면서 "돈 안되는 특보로 임명하려 한다. 국민들은 특보라고 하면 돈도 많이 주고 엄청난 줄 아는데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해 향후 이들의 청와대 내 역할도 주목된다. 행정부처쪽에서는 "이 실장-권 수석의 정책실 업무 스타일이 과거의 비서실 경제수석체제 때와 달라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의 주요 간부들이 정책실을 방문, KTF와 KT아이컴 합병건 등에 대해 보고하자 정책실측에서 "알려줘서 고맙다. 그러나 정통부에서 책임지고 잘 처리하라"며 아무런 '의견' 없이 돌려보냈다는 것. 과거 같으면 청와대에서 '입장 전달'을 할 만했던 사안이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일선 행정부처에 '힘'을 실어주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도록 할 것이라고 정책실 관계자는 전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