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경력 8년차인 삼성화재 대림동 세려지점의 전영선씨(43). 그는 요즘 매주 두 차례씩 우량 고객을 찾아간다. 전에는 2주일에 한 번꼴이었지만 방문 횟수를 늘렸다.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기존 회원에게라도 신경을 써야 '현상 유지'를 할 수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는 매번 빗나간다. 돈이 궁하다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이다. "회사원 자영업자 가릴 것 없이 심리적으로 움츠러 들었어요. 회사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데 차마 보험 들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어요..." 미국-이라크전쟁 임박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과 유가 상승, 북한 핵문제,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 등으로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돈 있는 사람들까지 지갑을 꼭 닫았다. 자동차 휴대폰 보험 등 세일즈맨들에게는 '죽음'의 계절이다. 씨티은행 강북카드사업부 카드설계사 안기훈씨(27). 지난해 하루 3시간 정도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면 하루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 5시간 이상 해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실적이 없으면 월급도 없는게 이 직업인데 점점 더 사람들이 돈 쓰기를 꺼리는 것 같다"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종합병원이나 워크아웃을 갓 졸업한 회사 등 남들이 찾지 않는 곳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신용불량자가 늘면서 카드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데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져 신규 고객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친척과 친구들에게는 이미 손을 다 벌린 상태라 앞으로의 영업이 막막하다고. KTF HK네트웍스 대리점 김경범 사장(39)은 아예 고객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영업 형태를 바꾸기로 했다. 작년만 해도 기능이 향상된 새 휴대폰 모델이 나오면 휴대폰을 바꾸기 위해 고객들이 앞다퉈 대리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 대리점에 앉아 기다리기만 해서는 문을 닫아야 할 형편. 김 사장은 "요즘은 웬만한 고장이나 흠집은 수리해 사용하지 새 것을 사지 않는다"며 "가두 판매를 하는 하청 딜러들마저 줄어들어 직접 길거리 마케팅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 서여의도지점 유지명 과장(38)은 요즘 부유층 고객을 주 타깃으로 영업전략을 바꿨다. 올들어 1천5백cc 이하급 차량이 거의 팔리지 않기 때문. 유 과장은 "부유층도 이전만큼 차를 척척 사지 않지만 그래도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한지 종종 대형차를 구매하고는 한다"고 말했다. 차를 살 만한 사람들을 친지 등에게서 소개받아 직접 찾아가는 일도 잦아졌다. 지점을 찾는 고객이 이전 하루 10여명이 넘던 것이 요즘은 2∼3명으로 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아간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 있는 차도 못타고 다닐 형편이다' '전쟁 등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차를 어떻게 사느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욱진.임상택.홍성원.이태명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