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1조5천억원대 분식의 배경에는 30년 묵은 부실이 누적돼 있었던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SK글로벌에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종합상사인 SK글로벌도 외형성장을 거듭했지만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부실이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외투자 실패와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부실 규모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검찰 관계자는 "부실 규모가 노출될 경우 SK글로벌의 부도는 물론 그룹 전체의 신인도 하락마저 피할 수 없게 되자 95년부터는 그룹차원에서 관리해 왔다"며 "2001회계연도 분식규모(1조5천5백87억원)중 1조3천억원 가량은 그동안의 누적분이 넘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회장에 취임하면서 SK그룹 지배구조 투명화와 함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했지만 이미 쉽게 해결할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SK글로벌은 이를 위해 2001회계연도에 은행명의의 채무잔액증명서를 위조, 1조1천8백81억원에 달하는 은행 빚(외화외상매입금.유전스)이 없는 것처럼 처리하는 등 대차대조표상 이익잉여금 1조5천5백87억원을 과대 계상했다. SK글로벌은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이 괜찮은 기업'인 것처럼 꾸며졌고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 서류 조작으로 은행을 속였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SK글로벌이 현재까지 대출금을 연체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당장 대출사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우그룹과 같이 분식회계를 통해 거액을 대출받은 뒤 대출금을 갚지 못한 회사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날 금융감독원에 SK글로벌의 회계장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으며 이 작업이 완료된 뒤 대출사기 적용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한편 SK그룹 고위임원들은 분식회계 외에도 JP모건 이면거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SK글로벌에 떠넘겨 1천1백12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과 최 회장 소유 워커힐호텔(비상장 기업) 주식과 SK C&C 소유 SK(주) 주식을 적정 평가없이 맞교환해 최 회장에게 그룹 지배권과 함께 7백16억원의 재산상 이익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SK글로벌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규정을 피하기 위해 SK(주) 주식 1천만주를 해외에 위장 예치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의뢰한 만큼 이에 대한 처벌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중 주식 맞교환 혐의는 "세법에 따라 주가를 산정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검찰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상장 기업에 대한 뚜렷한 주식가치평가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뜨거운 법정공방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