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6일 "미.이라크전과 북핵 문제 등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이 4%대로 내려가더라도 금리인하나 재정 집행확대 등 경기부양책은 득보다 실이 많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내핍'하는 자세로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달중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연 4.25%로 동결키로 결정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콜금리는 지난해 5월 4.0%에서 4.25%로 한차례 인상된 뒤 10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 총재는 "수출과 건설은 양호하지만 소비와 생산 설비투자가 저조해 실물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가 상승 때문에 물가 상승폭도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제수지는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이어 "최악의 경우엔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미.이라크전이 이달 중 발발하고 40일 이내에 마무리된다면 올해 5%대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2월중 경제동향'을 통해 "소비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공식적으로 '경기 하강'을 언급한 것은 최근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