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로 세계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 핵개발 문제까지 겹쳐 내수위축 물가불안 생산둔화 등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속속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미.이라크간 전쟁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연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잇달아 켜진 경고등 각종 거시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는 추세다. 향후 내수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지난 1월 79.6으로 2001년 9.11테러 이후 15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설비투자는 1월중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 17개월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고유가로 인해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2월 경상수지는 14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물가불안에다 신용불량자는 상반기 안에 3백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실물과 금융 모두 불황의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하향조정되는 올해 성장률 이에 따라 나라 안팎에서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11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6%(지난해 10월 발표치)에서 5.0%로 낮춰 잡았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당초 5.7%로 전망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5.0%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조사기관인 EIU는 4.6%에서 4.1%로 더 낮췄다.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한국은행도 5.7%에서 5.5%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전망 어둡다 경제전문가들은 미.이라크 전쟁의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올해 경제상황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나면 유가 진정 속에 세계경제가 안정세로 접어들겠지만 예상보다 장기화한다면 불황의 터널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도 한국 경제는 북핵문제로 인해 침체국면을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대책을 준비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