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휘발유 대신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사 휘발유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제대로 없어 이들 제품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간에 입장이 엇갈리는 사이 법규 미비로 인해 이들 제품이 안전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길거리, 주택가 등에서 버젓이 판매돼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마저 낳고 있다. ◆ 유통 실태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휘발유용 연료 첨가제는 '세녹스'를 비롯해 'LP파워' 'ING' 등 3∼4종류. 이들 제품은 휘발유와 6 대 4로 혼용해 사용하는 첨가제로 인가됐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사실상 '첨가제'가 아닌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휘발유와 성능이 유사하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다 판매가격이 ℓ당 평균 9백40∼9백90원으로 휘발유 가격(ℓ당 1천3백원 안팎)에 비해 3백원 이상 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라크 전쟁 발발 위기 등으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 엇갈리는 법규 =유사 휘발유 제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명확지 않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첨가제란 자동차 연료에 소량을 첨가함으로써 자동차 배출 물질을 저감시키는 화학물질'이라고 규정, 이들 제품의 판매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반면 산업자원부의 석유사업법은 '조연제나 첨가제,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유사 석유제품으로 본다'고 규정해 불법 제품으로 낙인 찍었다. 산자부는 이들 제품을 유사 석유제품으로 규정짓고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등은 이들 제품이 환경부로부터 첨가제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어서 사실상 행정지도와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 논란 재발 우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올 하반기부터 연료 첨가제의 혼합비율을 1% 이하로 규제키로 했다. 또 현재 10ℓ, 20ℓ 단위로 판매하는 용기도 1ℓ 미만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료 첨가제를 40% 비율로 휘발유에 섞어 쓰는 현재의 주유 관행에 다소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세녹스 제조회사인 프리플라이트 등은 정부의 규제를 피해 석탄에서 추출한 석탄액화에너지 '슈퍼세녹스'의 시판 계획을 밝혀 '유사 휘발유'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석탄액화연료에 대한 인.허가 기준이나 절차, 과세규정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유사 휘발유'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