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휘발유 대신 승용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유사 휘발유 제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들은 안전시설도 갖춰놓치 않은 채 길거리, 주택가 등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 미비로 단속은 물론 안전 관리마저 부실,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마저 낳고 있다. ▣ 유통 실태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휘발유용 연료 첨가제는 업계 선두업체인 ㈜프리플라이트의 `세녹스'를 비롯, 아류격인 `LP파워', `ING' 등 서너종류. 이들 제품들은 솔벤트, 톨루엔, 메틸알콜 등을 적절하게 혼합한 것으로 환경부로부터 휘발유와 6대 4로 혼용해 사용하는 첨가제로 인가됐지만 혼합 비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휘발유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산자부로부터 유사휘발유로 규정돼 주유소 판매가 금지되다 지난해 말부터 `용기판매'라는 다소 변칙적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판매 가격이 ℓ당 평균 940-990원으로 휘발유 가격(ℓ당 1천300원 안팎)에 비해 300원 이상 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라크전 발발 위기 등으로 국내.외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성능도 기존 휘발유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입소문을 통해 번지고 있어 기존 석유유통시장을 더욱 파고들 전망이다. 대전의 경우 현재 150여개 업소가 성업중에 있으며 날이 새면 또하나가 생길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유소협회 대전시지부 임제수 사무국장은 "유사휘발유 판매업소가 이미 대전지역 주유소 업소(260여개) 수를 육박하고 있는 실정으로 유가인상까지 겹쳐 매출이 40%이상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석유협회, 주유소협회 등은 대정부 건의 등을 통해 `세금없이 판매되는 불법 연료의 확산은 정상 연료의 유통을 위축시키고 대형 안전사고 위험까지 높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 문제점-`불법 연료인가 자동차 첨가제 인가' 휘발유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세녹스 등 연료 첨가제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치가 않아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첨가제란 자동차 연료에 소량을 첨가함으로써 자동차 배출물질을 저감시키는 화학물질'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 제품의 판매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반면 산업자원부의 석유사업법은 `조연제나 첨가제, 기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유사석유제품으로 본다'고 규정해 불법 제품으로 낙인 찍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이들 제품을 유사석유제품으로 규정짓고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지만 이들 업체는 환경부로부터 첨가제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란 점을 내세워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지자체, 경찰 등은 사실상 행정지도와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휘발유 연료 첨가제의 확산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경찰이 궁여지책으로 `석유류의 저장수량이 100ℓ를 초과할 경우 관할소방서에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소방법을 근거로 일부 업체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구속수사 대상이 아닌 데다 벌금도 500만원 이하로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충남경찰 관계자는 "최근 주택가 주변에서 인화성이 강한 위험물을 아무런 규제없이 판매하고 있어 단속에 나선 상태"라며 "하지만 단속 근거 등이 명확치 않아 자동차 연료 첨가제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 정부 대책과 전망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올 하반기부터 세녹스 등 자동차 연료 첨가제의 혼합 비율을 1%이하로 규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현재 10, 20ℓ단위로 판매되는 용기도 1ℓ미만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자동차 연료 또는 첨가제의 제조기준만 규정돼 있을 뿐 첨가비율은 명시돼 있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연료 첨가제를 40% 비율로 휘발유에 섞어쓰는 현재의 주유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세녹스 제조회사인 프리플라이트 등은 "산자부가 자동차관리법과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적법하게 제조.판매할 경우 유사석유제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정작 판매가 시작되자 불법으로 몰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편파행정으로 대체연료 개발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프리플라이트측은 정부의 규제를 피해 석탄에서 추출한 석탄액화에너지인 `슈퍼세녹스'를 시판할 계획을 밝혀 `유사휘발유' 논쟁을 다시 불지피고 있다. 이는 국내법상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규정이 미비해 석탄액화연료에 대한 인허가기준이나 절차, 과세규정 등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유사휘발유'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연합뉴스) 윤석이기자 seoky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