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조각에 이어 3일 차관.청장인사가 이뤄짐에 따라 대외변수의 불안과 내수침체의 '이중고'를 짊어지고 나갈 새 정부의 경제팀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직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나갈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사가 오리무중이라 '완성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정책을 이끌어나갈 핵심축은 마련된 셈이다. 새 정부 경제팀의 가장 큰 특징은 엘리트 경제관료의 집합체로 지난 40여년간 경제정책을 이끌어온 '범(汎)재경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출신 실무형 관료들의 '내각접수'로 꼽힌다. 출신부처뿐 아니라 타 부처로까지 넓게 뻗어나가는 '범재경부'의 핵심인맥중 '예산실 인맥'은 조각에서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배출한데 이어 이날 차관급 인선에서도 김광림 재경부 차관, 김경섭 조달청장 등 주요 포스트를 차지했다. 예산실 인맥과 쌍벽을 이뤘던 금융인맥을 대신해 김진표 부총리를 필두로 부상한 '세제실 인맥'도 이날 인선에서 세제실장 출신 이용섭 관세청장이 외부인사로는 12년만에 국세청장 후보로까지 내정됨으로써 절정에 다다른 분위기다. '개혁'을 모토로 내세웠던 새 정부 경제팀이 '개혁장관-안정차관'이라는 발표나 당초 예상과 달리 모든 자리를 직업관료들로 채우게 된 큰 원인은 현 경제여건이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어렵다는 상황판단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개혁공약의 실천에 중점을 두는 인선으로는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임기초기 개혁론'이나 '개혁을 통한 안정론'주장을 물리쳤다는 해석이다. 국정과제추진을 직접 챙길 청와대 정책실장과 주요 태스크포스들을 '개혁적 인물'로 인선한다해도 결국 주요 부처포스트를 장악한 관료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해나가면서 오랫동안 한 부처에서 이뤄진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팀플레이'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것이 과천관가의 중론이다. 따라서 '유임설'과 '개혁인사 교체설'이 오가는 금감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의 인선은 이들 기구의 독립성과 거듭된 '위상강화'언급상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상황 인식을 판별할 마지막 카드가 될 전망이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장.차관 인선을 근거로 "금감위와 공정위의 인선이 이뤄져도 현재의 경제팀과 컬러가 다른 인물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자율적.점진적.장기적 개혁'을 추진할 관료들이 이들 기관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